사람을 살리는 ‘신(神)의 손’이 사람을 죽이는 ‘악마의 손’이 된다면? 이 역설적인 설정은 그 자체로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디즈니+가 오는 2월, 또 한 번 파격적인 메디컬 스릴러 〈블러디 플라워〉를 선보인다. 그런데 이 서늘한 기시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작년 봄 우리를 전율케 했던 〈하이퍼나이프〉의 박은빈이 겹쳐 보이기 때문일 터.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우리 곁을 찾아온 두 '닥터 살인마'의 궤적을 비교해본다.
〈하이퍼나이프〉
스승과 제자의 파멸적 데칼코마니
2025년 3월 공개된 〈하이퍼나이프〉는 설경구와 박은빈이라는 '연기 괴물'들의 조우만으로 압도적인 화제성을 증명했다. 작품은 한때 촉망받던 천재 의사였으나 면허를 박탈당한 채 불법 수술 세계를 전전하는 ‘세옥(박은빈)’과 그녀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스승 ‘덕희(설경구)’의 지독한 재회를 그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무해함의 정점을 찍었던 박은빈은 감정이 거세된 듯한 사이코패스로 완벽히 변신하며 시청자의 숨통을 조였다. 특히 서로를 파괴하려 들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서로를 가장 갈구하는 '데칼코마니' 같은 비밀이 포개지는 순간은 극의 압권이었으며, 피카레스크 장르 특유의 서늘한 카타르시스를 정교하게 구현해냈다.
〈블러디 플라워〉
선한 얼굴 뒤의 광기, 더 넓어진 스릴러의 확장판
오는 2월 4일 베일을 벗는 〈블러디 플라워〉는 전작의 '닥터 살인마' 설정을 계승하면서도 전혀 다른 서사적 변주를 꾀한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가진 자가 연쇄살인마가 되어 생명을 거둔다는 이질적인 긴장감은 여전하다. 박은빈이 그러했듯,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선한 마스크의 배우 려운이 살인마 ‘이우겸’으로 낙점된 점 역시 흥미로운 평행이론을 형성한다. 다만 전작의 세옥이 엘리트 의사의 길에서 추락한 인물이라면, 이우겸은 ‘의대 자퇴생’이라는 설정을 통해 실제 의사가 되지 못한 경계인의 위태로움이 가미된다. 여기에 딸을 살리기 위해 살인마를 구해야만 하는 아버지 박한준(성동일)과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는 검사 차이연(금새록)의 서사가 맞물리며, 작품은 메디컬의 영역을 넘어 법정·범죄 스릴러로 그 외연을 확장한다.
〈하이퍼나이프〉가 뒤틀린 관계의 파열과 내면의 공허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면, 〈블러디 플라워〉는 절박한 선택의 윤리와 제도의 경계를 시험대에 올린다. 그들이 던지는 공통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두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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