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정부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임 사장 인선 절차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상욱 사장 직무대행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직 안정성과 정책 실행력 모두에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상욱 LH 사장 직무대행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사장 대행의 대행을 맡는 '대대행'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공식적인 사의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한준 전 사장 사임 이후 이어진 신임 사장 인선 절차 및 지연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로서 LH는 ‘사장 공석–직무대행–대행의 대행’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대대행 체제’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LH의 수장 공백은 이미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LH는 지난해 11월부터 신임 사장 공개모집에 착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후보자 3명을 추렸지만, 지난달 23일 열린 재정경제부(구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는 해당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LH 사장은 임추위 추천과 공운위의 최종 후보자 심의·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선임되는 구조다. 다음 공운위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이지만, 재공모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인선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이번 사장 후보군이 모두 LH 내부 인사로 구성된 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LH 개혁과 조직 쇄신 기조를 고려할 때, 내부 출신 중심의 후보 추천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외부에 훌륭한 사람이 없어 내부 사람 중에서 사장을 뽑기로 한 거냐”고 언급하며, LH 사장 인선 방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인선 논의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사실상 절차가 멈춰 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주택 공급 정책과의 엇박자다. 정부가 이달 중 추가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예고하며 ‘공급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주택 공급의 최일선에 있는 LH는 리더십 공백 속에 주요 사업 추진과 의사결정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LH 개혁안 논의 지연과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민참사업) 추진 일정 불확실성, 부채 증가에 따른 재무 부담까지 겹치며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컨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의원(국민의힘)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의 토지보상금 집행 규모는 2022년 9조2314억원에서 2024년 2조7551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는 1조1093억원에 그쳐 3년 만에 약 88%가 줄었다. 토지보상은 신규 택지 확보와 공공주택 사업의 출발 단계라는 점에서, 보상금 축소는 공급 기반 약화를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재무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LH의 부채총계는 2022년 146조6000억원대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65조원 수준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220%를 웃돌고 있다. 보상 집행은 줄었지만 부채가 확대된 셈으로, 재정 압박 속에서 공급 사업이 축소·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공급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업승인 물량은 늘었지만 착공과 준공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2024년 착공은 5만호를 기록한 반면, 준공은 2만6718호을 기록해 2022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착공 5만호 역시 전년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LH 사장 인선 지연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정부 주택 정책의 실행력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조속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 구상은 계속 나온다 해도, 이를 실제로 실행할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면 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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