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료비버스 운전기사들은 기존 노선대로 버스를 정상 운행하면서 승객들로부터 요금을 받는 것을 거부하는 파업을 벌인 바 있다. / 'KSB 세토나이카이 방송' 유튜브
일본의 버스 파업 방식이 뜬금없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이틀간 시민들의 출퇴근 대란을 일으킨 가운데, 버스를 정상 운행하되 요금을 받지 않는 방식의 파업이 일본에서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15일 서울시와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하 노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사측)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 55분까지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 조정회의를 진행한 끝에 2025년도 임금을 2.9% 인상하는 방안의 조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번 협약에 따른 임금은 지난해 2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한다.
서울시내버스회사 전체 64개사, 약 1만 8700여명 조합원, 버스 약 7000대가 지난 13일 오전 4시 첫차를 시작으로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파업 이틀째였던 전날 기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시내버스는 총 7018대 가운데 562대였다.
이번 파업으로 서울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교통 대란을 겪었다. 지하철은 혼잡도가 평소의 2배 이상 치솟았고, 택시는 잡기 어려웠으며,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 찼다. 일부 시민들은 출근 시간을 2시간 이상 앞당기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일본 버스회사 노동자들의 파업 방식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일본 오카야마시에서 운행하는 료비버스의 운전기사들이 과거 경쟁업체의 등장으로 직업 안정성에 위협을 느끼자 파업에 돌입한 사례가 재조명됐다.
당시 오카야마시에 새로운 버스업체가 료비버스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고객을 유치하면서 료비버스 운전기사들은 경영진에게 요금 인하와 직업 안정성 보장을 요구했다. 사측이 이를 거부하자 운전기사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일본 료비버스 운전기사들은 기존 노선대로 버스를 정상 운행하면서 승객들로부터 요금을 받는 것을 거부하는 파업을 벌인 바 있다. / 'KSB 세토나이카이 방송' 유튜브
료비버스 운전기사들의 파업 방식은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파업과 달랐다. 운전기사들은 기존 노선대로 버스를 정상 운행했지만 승객들로부터 요금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요금파업이라고 칭했다.
료비버스 운전기사들은 당시 "파업을 하더라도 고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기에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며 "요금을 받지 않는 운행을 지속하면 할수록 사측에 가해지는 금전적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요금파업은 일본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호주 브리즈번에서도 한 버스업체의 운전기사들이 높은 보수 지급과 근무량 감축을 요구하며 2일간 승객들의 요금 징수를 거부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방식의 파업을 할 수 있을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국의 법체계에선 배임죄 적용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으로 시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버스기사가 승객을 태우고도 요금을 받지 않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명시돼 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죄다. 일반 배임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버스기사의 경우 승객을 태우면 회사를 위해 요금을 받아야 하는 임무가 있는데, 요금을 받지 않는 것은 그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가 기사들을 상대로 배임죄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기사들은 임무 위배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재산상 이익과 손해 사이의 관련성 등을 다퉈야 한다. 요금을 받지 않아 회사에 직접적인 수익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 명백하기에 법적 리스크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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