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해명과 달리 CCTV서 학대 정황 포착…분리 조치도 미흡"
학교 측 "아동학대 의혹 사실무근…교육적 차원 훈계에 불과"
(속초=연합뉴스) 강태현 류호준 기자 = 강원 속초시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이 어린 초등학생들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1일 오전 10시 22분께 속초 한 초등학교 뒤뜰에서 교장 A씨가 B(8)군의 목덜미를 손으로 잡고 아래로 누르는 모습이 교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당시 B군은 "교장 선생님이 목을 잡고 흔들었다"며 담임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뒤 하교 이후 만난 부모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놨다.
B군 부모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A씨와 직접 통화했고, A씨는 부모에게 "좁은 공간에서 공놀이하던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B군이 도망을 갔고, 달아나는 B군을 붙잡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B군 부모가 A씨 말에 수긍해 상황은 일단락됐으나 이후 A씨를 둘러싼 추가 피해 증언이 나오면서 문제가 재차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중순 B군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친형 C(9)군이 자신을 비롯한 같은 학급 친구들이 예비군 훈련에 간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 수업에 나선 A씨로부터 이유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 등 체벌을 받은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놨다.
C군과 같은 학급 아이도 부모에게 "교장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앉았다 일어났다를 5∼10회 정도 시켰다"며 "교장 선생님이 미션을 시켰는데 실패하면 운동장을 3∼5바퀴 뛰라고 해서 당황했다. 그렇지만 실체로 뛰지는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피해 아동들은 A씨가 학생들의 얼굴을 향해 막대기를 들이미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부모에게 토로했다.
피해 증언이 잇따르자 앞선 사건 역시 다시 살펴봐야겠다고 판단한 B·C군 부모가 경찰과 함께 이달 5일 학교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면서 단순 해프닝인 줄로만 알았던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피해 아동 부모는 "영상 속에는 교장 선생님이 해명한 내용과는 다른 상황이 포착됐다"며 "아들이 공을 가지고 놀거나 도망가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교장 선생님이 가만히 서 있는 아이의 목덜미를 강하게 누르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눈으로 확인한 부모는 A씨가 자녀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지난 6일 속초경찰서에 그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로부터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통보받은 속초시 아동보호팀 역시 피해 아동들과 보호자, A씨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살피고 있다.
피해 아동들의 부모는 A씨와 자녀들의 분리 조치가 즉각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피해 아동 부모는 CCTV를 확인한 뒤 A씨와 자녀들을 곧장 분리하기 위해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고소 이후에도 교내에서 A씨와 자녀가 마주칠지도 모르는 상황이 지속된 점을 문제 삼았다.
피해 아동들의 아버지는 "교외 체험학습 결재 권한이 있는 교장이 최소 3일 전 이를 신청해야 한다는 규칙을 운운하며 승인하지 않았다"며 "분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아이를 아내와 함께 학교로 보낸 뒤 1교시 이후 아내가 아이를 조퇴시키는 등 자체적인 분리 조치를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체능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출석 인정을 해주기로 한 사안에 대해서도 아동학대 문제를 제기한 뒤로 말이 바뀌었다"며 "교장의 권한을 이용해 보복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해당 학교와 속초교육지원청은 부모의 고소 이후 A씨와 피해 아동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화장실 사용, 급식 이용 등 학교생활 과정에서 동선을 분리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과 관련해 A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학교 측은 "폭력 행위는 전혀 없었다"며 "피해 아동 측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A씨 입장을 전달한 학교 교감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께서는 문제로 지적되는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교육적인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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