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투자' 떼고 '큐네스티'로 사명 변경
"투자·회수 통해 수익을 사회로 환원…지속가능한 NGO 지향"
"연 1천500곳 발굴해 20곳 엄선…3년 생존율 90% 웃돌아"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임팩트 투자는 일회성 기부로 끝나지 않고, 투자와 회수를 통해 수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게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NGO의 모습이죠."
공익법인 임팩트 투자사 큐네스티(CunaeST)의 이순열(49) 대표는 14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 내내 '지속성'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도움이 일회성 선의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장과 기술을 통한 구조적 해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투자'에서 법인명을 바꾼 큐네스티는 월드비전이나 세이브더칠드런처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을 목표로 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기부에 머물지 않고 선순환 구조를 통해 공익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 대표는 "공익법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져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7년 한국사회투자에 합류한 뒤, 2022년 대표직을 맡았다. 이전에는 세이브더칠드런 등 국제개발 NGO에서 개발도상국 빈곤층을 돕는 일을 했다. 그러나 후원 중심의 방식만으로는 근본적 변화에 한계를 느꼈고, 시장 기반의 해법을 고민하던 끝에 임팩트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와 궤를 같이하지만, 수익과 함께 사회·환경적 긍정 효과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대표는 "성장하지 못할 조직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며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문제 해결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큐네스티의 투자 기준은 명확하다. 해결하려는 사회문제의 정의, 이를 풀기 위한 기술과 사업의 의도성, 그리고 지분 투자가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췄는지 여부다.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의 NGO나 협동조합과 단순 상업시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되, 필수적인 임팩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에는 융자를 병행하며 유연하게 대응한다.
투자 사례는 주로 기술 중심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줄이는 물 기반 불연성 배터리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AI 동시통역 설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건물 에너지 최적화 기업 '씨드앤'이다. 이 대표는 "씨드앤에 2억 원을 투자해 2년여 만에 6억 원 이상을 회수했다"며 "실내 쾌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비용을 40%까지 줄여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수익을 동시에 잡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재활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뇌 병변 장애 자녀를 둔 넥슨 출신 게임 기획자가 재활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AI 재활 게임에 창업 초기 투자를 진행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카메라로 근육 움직임을 추적해 재활 효과를 산출하는 이 설루션은 글로벌 경진대회 수상과 추가 투자 유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큐네스티는 연간 1천500개 기업을 발굴해 150개를 육성하고, 그중 20곳 안팎에 투자한다. 현재까지 확보한 86개 포트폴리오의 최근 3년 생존율은 90%를 웃돈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제는 유망 기업을 알아보는 안목이 쌓였다"고 말했다.
최근 법인명을 바꾼 이유도 시장에서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다. '사회적 기업에만 투자한다'라거나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자본시장 진입의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새 이름 큐네스티(CunaeST)는 라틴어 'Cunae(요람)'와 'ST(Social Transformation·사회 투자)'를 결합한 것으로, 태동기의 혁신을 보호하고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자본시장과의 연결,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 역할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큐네스티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글로벌 임팩트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최근 부산혁신 스케일업 벤처펀드의 GP(위탁운용사)로 선정돼 정부 모태펀드 출자를 받았다. 공익법인으로서는 첫 사례다.
이 대표는 "제도권 자본시장에서 임팩트 투자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부산의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 속에서 가장 위험하지만, 꼭 필요한 초기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큐네스티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임팩트 투자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혁신의 요람이 되어주는 조직, 투자가 끝난 뒤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조직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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