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 과제 선정이 보여준 삼성전자 가전 전략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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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에너지부 과제 선정이 보여준 삼성전자 가전 전략의 전환점

폴리뉴스 2026-01-15 11:25:12 신고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차세대 의류 건조 기술 연구가 미국 에너지부(DOE)의 공식 지원 과제로 선정된 것은 단순한 기술 개발 소식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에너지 규제·주거 환경·소비자 체감 가치가 동시에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가 기술 표준과 시장 구조 변화의 한복판으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이번 과제의 핵심은 '열회수 시스템이 적용된 차세대 데시칸트 건조기'다. 고효율 제습 소재인 데시칸트를 활용해 건조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는, 현재 북미 시장의 주력인 벤트형 건조기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벤트형 건조기는 짧은 건조 시간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낮은 에너지 효율로 인해 240V 전원과 외부 배관 공사가 필요하다는 제약이 있다. 이는 북미 주거 환경에서 '성능은 좋지만 설치 장벽이 높은 제품'이라는 딜레마를 만들어 왔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해법은 이 지점을 기술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목표대로라면, 벤트형 대비 전력 사용량을 35% 수준까지 낮추면서도 동등한 건조 성능을 확보하고, 120V 전원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고성능 건조기가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북미 주거 인프라의 제약 자체를 제품 혁신으로 해소하겠다는 접근이다. 공동주택·소형 아파트 등 설치 제약이 큰 주거 환경에서도 고성능 건조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열리는 셈이다.

이번 연구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협업 파트너의 성격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ORNL),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화학공학부와 함께 과제를 수행한다. ORNL은 미국 최대 국립 연구소로, 에너지 효율·소재·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정책과 산업을 연결하는 상징적 기관이다. DOE가 단순한 기업 단독 연구가 아닌, 국립 연구소와 대학을 포함한 컨소시엄 형태를 선택했다는 점은 이 기술이 상용화 가능성과 정책적 파급력을 동시에 평가받았음을 보여준다.

예산 구조 역시 상징적이다. DOE 지원금 120만 달러에 삼성전자와 파트너 기관이 동일 규모를 분담해 총 240만 달러를 투입하는 방식은, 공공 연구 성과를 시장으로 연결하는 '공동 책임형 혁신' 모델에 가깝다. 이는 삼성전자가 에너지 절감 기술을 단순한 마케팅 포인트가 아니라, 글로벌 규제·표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과제는 가전 사업의 무게중심이 '성능 경쟁'에서 '시스템 효율과 인프라 적합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규제가 강화되고, 주거 형태가 고밀화될수록 120V 환경에서 고성능을 구현하는 기술은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시장 진입의 전제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이 영역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할 경우, 건조기뿐 아니라 일체형 세탁건조기, 나아가 주거용 에너지 관리와 연계된 스마트 가전 포트폴리오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의 발언처럼, 이번 연구는 "혁신적인 에너지 절감 기술을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는 삼성전자 가전 전략이 '프리미엄 성능' 중심에서 '지속 가능성과 설치 자유도까지 포함한 종합 가치'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에너지부 과제 선정은 그 방향성이 정책·연구·시장이라는 세 축에서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신호이며, 향후 삼성전자 가전 사업의 기술적 좌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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