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행정·재정 감소 가능성·전남, 농어촌지역 소외 등 구조적 불균형 걱정
(광주·무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특별법 제정 단계로 접어들면서 통합의 필요성과 함께 통합 이후 기초자치단체의 위상 변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광주 자치구는 통합 과정에서 행정·재정 권한이 축소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반면, 전남 시·군은 통합자치단체가 도시 중심 정책으로 재편돼 농어촌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우려의 방향은 다르지만, 통합단체가 단일한 행정 표준을 채택할 경우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보인다.
◇ 광주 자치구 "도시행정 공백·권한 축소 우려"
광주시는 광역시가 도시행정을 총괄하고 자치구가 교통·도시관리·생활SOC·복지 등 도시행정의 핵심 집행 기능을 맡는 이원적 구조로 운영돼 왔다.
반면 전남은 도가 기획·조정 역할을 담당하고, 시·군이 산업·개발·관광 등 정책 기획과 집행의 주체가 되는 구조다.
이처럼 서로 다른 행정체계를 가진 두 광역자치단체가 통합될 경우 도시행정을 총괄하던 광주시 체계가 사라지고, 도 중심의 시·군 행정 모델이 표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광주 자치구의 가장 큰 우려다.
행정·재정 지침이나 보조사업 기준이 시·군을 기본 단위로 설계할 경우, 자치구는 정책 설계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사후 보완 대상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단체 출범 이후 산업·교통·환경 등 핵심 정책이 광역 직할로 재편되면, 자치구의 역할이 민원·복지 전달 중심의 중간 행정단위로 축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남 시·군 중심으로 설계된 균형발전 재원 배분 구조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대중교통·노후 인프라 등 도시형 행정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자치구의 불안 요인이다.
광주시 행정조직 해체에 따른 인사 순환·승진 경로 약화로 자치구 행정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광주 5개 구청장은 최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 특별법에 자치구의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명문화하고 사무·재정·인사 권한 보장 장치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남 시·군 "통합 이후 도시 중심 재편·'광주 쏠림' 걱정
반대로 전남 시·군에서는 통합자치단체가 광역 경쟁력 강화와 초광역 산업 전략을 앞세우는 과정에서 정책의 무게 중심이 광주권 대도시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통합 논의의 핵심 키워드로 거론되는 인공지능(AI), 에너지, 첨단산업, 광역교통망 등은 본질적으로 도시 중심 정책이라는 인식이 강해 농정·어업·산촌·도서 정책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대도시(광주) 쏠림 현상을 걱정하는 것이다.
또 광역 차원의 전략 일원화가 강화될 경우, 지금까지 시·군이 주도해 온 지역 개발·관광·산업 정책이 통합광역단체의 승인·조정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자율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 배분 과정에서 비용 대비 효율성, 경제적 파급력, 인구 밀도 등 도시형 지표가 강조될 경우 소규모 군 단위 사업이나 도서·산간 지역 인프라는 구조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 이후에도 균형발전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광주권 성장의 효과가 주변 지역으로 충분히 확산할지에 대한 경계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열린 전남도의회 통합 관련 간담회에서는 도의원들이 통합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 '도시·농어촌 이중 트랙 통합' 대안 제시도
광주 자치구와 전남 시·군의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현재 마련된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 초안에는 시·군·구를 기초자치단체로 존치하고 관할구역과 명칭을 원칙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안에는 통합으로 인해 기존 행정·재정상 이익이 상실되거나 새로운 부담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불이익 배제 원칙이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권한 보장 범위는 향후 제도 설계와 조례에 맡겨져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통합을 단일 표준 행정체계가 아닌 '도시·농어촌 이중 트랙'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주 자치구를 전남 시·군과 동등한 기초자치단체로 명확히 규정해 정책·재정 설계 단계에서 '시·군·구'를 동일 범주로 다루고, 전남 시·군의 농어촌·도서 행정 기능이 통합 이후에도 축소되지 않도록 사무·재정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측면에서는 농어촌 균형발전 재원과 도시형 행정 수요를 분리한 '이중 트랙 재정 구조'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농어촌·소멸 대응을 위한 균형발전 계정과, 대중교통·노후 인프라 등 도시 문제를 다루는 도시 생활 계정을 분리 운영해 어느 한쪽이 구조적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광주시와 자치구, 전남도와 시·군의 자치권 구조가 크게 다르다"며 "통합 시 이러한 차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도농 통합형' 특별자치단체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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