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3사가 내수 침체·글로벌 공급 과잉·보호무역주의의 구조적 악재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올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전면 시행되며 규제 대응 부담도 가중됐다. 고로를 중심으로 물량 중심의 성장 전략을 폈던 국내 철강사들이 여파를 고스란히 맞게 됐다. 국내 철강 3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탈탄소 전환과 지능형 공장 구축을 돌파구로 삼았다. 저탄소 공정 투자를 통해 무역 규제를 돌파하고, AI 등 혁신 기술로 생산 공정을 효율화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국내 철강 3사의 탈탄소 전환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전기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탄소 저감 제품을 양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탄소중립에 다가설 계획이다. 고로 없이 전기로만을 활용하는 동국제강은 전기로의 효율을 높여 탄소 배출량 과제를 풀어낼 방침이다.
15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3사는 철강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철강사가 쇳물을 만드는 방식은 고로와 전기로로 나뉜다. 고로는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어 철강재를 생산하고, 전기로는 전기를 열원으로 철 스크랩(고철)을 녹여 강재를 생산한다. 고로 방식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기 위해 석탄을 사용해 대규모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하지만, 전기로는 고로 방식 대비 탄소 배출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는 올해 철강사의 전기로 전환은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등 무탄소 제철 공법 도입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단기적으로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를 늘려 수소환원제철 체제로 전환하기까지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준공해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바로 활용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생산 기반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신설 전기로는 조업 중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철 스크랩 예열에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고로 설비 효율 향상, 수소 취입, 저탄소 연·원료 사용을 통해 석탄 사용량을 줄일 계획이고, 중기적으로는 대형 전기로 도입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실현 가능성이 큰 브릿지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 개발을 통해 철강 공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중 당진제철소에서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가동할 계획이다. 전기로와 고로에서 각각 생산한 쇳물을 융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줄인 탄소 저감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제철이 복합 공정 방식을 택한 것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기로는 철 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는 특성상 자동차 강재용 고순도 철을 제조하기 어렵다”며 “탄소 중립 트렌드에 따르면서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복합 공정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전기로 확대 추진은 수소환원제철 전환의 일환이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탄소 기반 고로 공정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올해 포항제철소 내에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을 위한 연산 30만t 규모의 데모플랜트를 착공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 후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수소환원제철을 총 3단계로 추진한다.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이 첫 번째 단계다. 2단계는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을 모두 갖춘 신개념 전기로(Hy-Arc)를 개발해 탄소 배출을 40% 줄이는 것이다. 3단계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통해 고로 제품 대비 90%의 탄소 저감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기반 제철소에 공동 투자한다. 북미 지역 철강 공급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과 통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제철소는 2029년 상업 생산이 목표다.
동국제강은 ‘국내 대표 전기로 철강사’를 목표로 친환경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철 스크랩을 전기로에서 녹여 강재로 정련하는 전기로 제강회사다. 고로를 사용하는 포스코·현대제철과 비교하면 탈탄소 설비 투자 비용은 적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만큼 전기로의 가동 효율을 높이는 공법 개발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국제강이 운영하는 인천공장 에코아크 전기로는 국내 기준 전력 효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기본 사업 구조가 전기로 제강이기 때문에 탄소 저감 시대에 부응하는 사업 모델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며 “에코아크 전기로는 철 스크랩 사전 예열과 연속 장입으로 일반 전기로 대비 전력을 30% 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전기로의 강점을 살려 친환경 인증 성과도 확대했다. 동국제강은 국제·국내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취득하고 지난해 4월 국내 철강사 최초로 전 제품 저탄소 인증을 획득했다.
동국제강의 탈탄소 전략은 전기로 고도화가 중점이다. 특히 철 스크랩 예열과 투입 방식을 개선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공정 ‘하이퍼 전기로’가 핵심이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철 스크랩을 녹이는 시간을 40분에서 35분 이내로 단축해 생산 물량 1t당 10kWh의 전력 사용량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은 2023년 정부 과제로 하이퍼 전기로 개발에 착수한 후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에코아크 전기로를 상용화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이퍼 전기로 개발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 3사의 저탄소 전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전기로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생산 단가 부담이 커진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철강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 인프라 구축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로 가동에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야 진정한 탄소 감축이 가능하지만, 전력 인프라의 전환이 더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력 요금을 낮추기는 어렵더라도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 전력산업 전반의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산업탄소중립연구실 이재윤 실장은 “구조적 악재가 지속되며 국내 철강 업계의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줄었지만, 저탄소화를 위한 투자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K-스틸법이 통과된 만큼, 업계의 부담을 완화시켜 줄 제도나 지원금 등을 잘 발굴하는 것이 정부 차원의 숙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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