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자신이 살던 익숙한 집에서 가족들의 손을 잡고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장기요양 돌봄수급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5%가 가정 임종을 희망하였으나, 실제로는 14.7%만이 자택에서 임종하고 있는 반면 의료기관에서의 임종은 72.9%에 달하고 있다(국회입법조사처, 2025). 외국과 비교해도 심각하다. OECD 보고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nce) 2023>에 따르면, 2021년 의료기관에서 숨진 사망자(외상환자 제외)의 비율은 한국이 69.9%로 같은 기간 OECD 36개 회원국 평균 49.1%보다 크게 높았다. 우리 사회는 왜 환자의 마지막 소망을 지켜주지 못하고, '병원 침대'라는 차가운 틀에서 임종하도록 강요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가정 임종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환자를 집으로 모시는 순간, 모든 간병 책임은 가족에게 전가된다. "집에서 모시다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면 어떡하지?"라는 공포와 임종 순간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결국 가족들을 병원 응급실로 향하게 만든다. 병원은 '환자를 살리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곳'이며, 한국인이 가장 많은 임종을 경험하는 곳이다. 병원 임종이 일반화 된 현실에서 병원을 통한 가정 임종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가정 임종을 지원할 수 있는 방문진료와 관련된 시범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은 많지 않다. 방문의료팀이 부재한 상황에서 집은 불안한 공간이 될 뿐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두 편의 연구(☞ 논문 바로가기: 이란에서 재택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는 진행성 암 환자의 사망 장소 예측, 재택 완화의료와 임종 돌봄을 받는 환자의 가정 임종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순차적 혼합방법 설명 연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 모순적인 상황을 해결할 실질적인 데이터와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제공한다. 연구들은 가정 임종을 성공시키는 결정적 변수가 환자의 의지뿐만 아니라 '가족의 휴식'과 '방문의료 서비스'에 있음을 보였다.
자레(Zare) 연구팀은 이란의 진행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임종 장소를 결정짓는 예측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 임종 전 마지막 2주 동안 방문 의료 서비스의 횟수가 많을수록 가정 임종 가능성이 크게 늘었다. 특히 고령 환자일수록, 전문 간호사와 의사가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증상을 조절해줄 때 가족들은 병원행을 포기했다. 특이한 점은 단순히 전화 상담만 자주 받는 경우에는 오히려 병원에서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목소리'만으로는 가족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으며, '물리적인 방문'을 통한 실질적 처치가 동반되어야 함을 증명한다.
캐나다 퀘벡의 완화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킬패트릭(Kilpatrick) 교수팀은 가정 임종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이때 가정 임종에 가장 강력하게 도움이 되는 요인은 '일시적 돌봄(Respite Care)'이었다. 가족 수발자에게 잠시라도 간병의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나 단기 간호 인력을 지원했을 때, 환자가 집에서 임종할 확률이 약 2.7배(OR 2.699) 높았다. 또한, 접근성이 좋은 가정 방문 돌봄, 간호 및 심리·이동 지원 등이 가정 임종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가정 임종의 성패가 환자의 질병 위중도보다 '보호자의 소진(Burn-out) 여부'와 방문 돌봄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가정 임종은 단순히 장소의 선택을 넘어, 한 인간이 평생을 일궈온 공간에서 존엄하게 자기 삶의 마침표를 찍을 권리의 문제이다. 연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정 임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가족의 휴식권'을 지원하고 '방문진료 강화'에 중점을 둔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집에서 죽고 싶다"는 환자의 소망이 "집이라서 불안하다"는 가족의 눈물로 끝나지 않도록, 병원 중심의 임종 문화를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시스템'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때이다.
*서지정보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할 권리'를 위한 자택임종 활성화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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