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2026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과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서울시간 14일 오후 10시,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주최한 ‘WEF 프리뷰’에서 제시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시험적 도입의 대상이 아니라,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 전반을 재설계해야 할 ‘에이전틱 AI 전환’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날 프리뷰에 <뉴스로드>는 참석해 질의에 참여하고 주요 발언을 직접 청취했다. 대담에는 트레이시 프랜시스(Tracy Francis)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와 유이토 야마다(Yuito Yamada) 시니어 파트너 등이 참여했다.
프랜시스 파트너는 “지난 3년간 AI를 둘러싼 논의는 분명한 궤적을 그려왔다”며 “3년 전에는 생성형 AI의 등장 자체가 충격이었다면, 지난해는 기술 확산이 화두였고, 올해 다보스에서는 조직과 경영 전반을 재편하는 ‘에이전틱 AI 트랜스포메이션’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는 가치의 규모다. 프랜시스 파트너는 “미국 시장만 놓고 봐도 약 3조달러의 가치가 걸려 있다”며 “사람과 AI 에이전트,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설계할 경우 그 잠재력은 여전히 막대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성과의 불일치다. 그는 “대다수 기업이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이익’으로 계량해 증명하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현장의 압박이다.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조직 내부에서는 이미 구성원들이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제도와 조직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논의는 자연스럽게 조직 구조의 문제로 옮겨갔다. 프랜시스 파트너는 “앞으로의 조직도는 더 이상 인간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며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공존하는 조직 체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이토 야마다 파트너는 리더십을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CEO와 최고경영진은 4~5개의 핵심 이슈에 집중하면 됐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사실상 두 배로 늘었다”며 “지정학과 무역정책, 공급망 재편 위에 AI 전환까지 겹치며 경영 판단의 난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불확실성의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의 핵심 역량은 △긍정 에너지 △균형과 자기 동기 △서번트 리더십 △지속적 학습과 겸손 △회복탄력성 △관리·청지기(stewardship) 역량으로 요약된다.
야마다 파트너는 특히 조직이 차세대 리더를 체계적으로 육성·개발·멘토링하는 리더십 개발 시스템, 이른바 ‘리더십 팩토리(Leadership Factory)’ 개념을 다시 꺼냈다. 이는 1980년대 맥킨지 전 글로벌 총괄 파트너였던 론 대니얼(Ron Daniel)이 정의한 용어다. 그는 “CEO와 최고경영진이 직접 리더십 육성에 관여할 경우 성과가 50% 이상 개선된다”며 “다음 세대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상위 5~7%의 잠재 인재를 조기에 식별해 현장에 투입하고, 불필요한 승인과 의사결정 절차를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학 논의에서는 숫자가 보다 직설적으로 제시됐다. 프랜시스 파트너는 “지난 몇 년간 글로벌 무역 환경은 관세를 넘어 ‘개입’의 단계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중 관세 수준은 과거 대비 6배로 높아졌고, 글로벌 무역 개입 조치는 2010년 이후 12배 증가했다. 또 2020년 이후 전 세계 보조금·세제 혜택·산업 인센티브 규모는 2조달러로 5배 확대됐다. 그 결과 약 14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무역과 투자가 재배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랜시스 파트너는 기업들에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나는 지역화와 분절이 심화돼 국경 간 규제가 강화되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무역이 재균형되지만 여전히 개방성을 유지하는 세계다.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는 불확실한 만큼, 시나리오 플래닝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역량이 됐다는 설명이다.
야마다 파트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단순한 리스크 관리 차원이 아니라 전략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모든 회복탄력성 차원에서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기업은 4곳 중 1곳에 불과했고, 이를 KPI로 전략에 체계적으로 반영한 기업은 13%에 그쳤다.
그는 해법으로 △정적 리스크 한도에서 시뮬레이션 기반 의사결정 체계로의 전환 △월간 보고 중심 관리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로의 이동 △리스크 업무의 80~90% 자동화와 인간 판단의 재배치를 제시했다. 야마다 파트너는 “앞으로 회복탄력성 조직은 통제 인력을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판단과 윤리를 담당하는 소수의 핵심 인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맥킨지가 다보스를 앞두고 던진 메시지는 선언이라기보다 실행 지침에 가까웠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도입 여부를 따질 사안이 아니라,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올라섰다. 지정학 역시 관세를 넘어 보조금과 개입을 통해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은 보고서를 더 쌓는 곳이 아니라, 시뮬레이션과 실시간 판단, 그리고 인간과 기술의 역할을 명확히 재배치한 조직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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