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일본 엔화: 2026년 글로벌 금융경제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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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본 엔화: 2026년 글로벌 금융경제의 명암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15 05: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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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폭락하는 걸 보면

일본이 망하는 것처럼 보여요?

출처=구글 캡처
출처=구글 캡처

 최근 일본 도쿄 외환시장의 전광판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공포를 전달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59엔(약 1,431원)을 넘어 160엔(약 1,440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위협했다. 일본 은행이 정책 금리를 0.75%로 인상하며 수십 년간의 초저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음에도 시장은 엔화를 거칠게 내던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금리 차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본 행정부의 정책적 모순과 태평양 건너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전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사츠키 카타야마 일본 재무상은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최근 엔화의 일방적인 약세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정부의 구두 개입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팽창적 재정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나에노믹스의 모순과 시장의 냉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건 '사나에노믹스'는 흔히 아베노믹스의 재림으로 불린다. 하지만 2026년의 일본은 신조 아베가 직면했던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아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훨씬 고약한 질병을 앓고 있다. 2021년 이후 일본의 물가는 12% 상승했으나 실질 GDP는 2018년 수준을 겨우 맴돌고 있으며, 실질 임금은 오히려 7%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승인한 21.3조 엔(약 191.7조 원) 규모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은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을 의지가 없으며, 오히려 엔저를 방치해 수출 대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의구심이다.

리처드 카츠 등 경제 전문가들은 사나에노믹스가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아베노믹스가 수요 부족을 메우기 위한 정책이었다면, 현재 일본은 노동력 부족과 공급망 제약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정부가 돈을 풀수록 수입 물가는 상승하고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실제로 일본 은행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실질 금리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엔저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계 소비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2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확보를 위해 현금 지급과 보조금이라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 시장은 이를 재정 건전성의 포기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국채 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위험한 징후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채(JGB) 시장의 불안은 실재한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999년 이후 최고치인 2.16%까지 치솟았다. 과거 금리가 제로였던 시절에는 정부 부채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 일본은 막대한 부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금리가 있는 경제'로 강제 소환됐다. 다카이치 행정부는 법인세 수익 증대와 인플레이션 조세 효과를 통해 부채 비율을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경제 성장이 수반될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노무라 증권의 모리타 아키히코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의 최대 과제는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이 선순환을 이루는 것인데, 현재는 물가가 임금을 앞질러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의 법정 드라마와 동아시아 수출 전선의 긴장

엔화의 명운은 도쿄가 아닌 워싱턴에서 결정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갈등은 2026년 초 극단적인 국면으로 치달았다. 미 법무부는 연준 본부 건물의 25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 개보수 공사비 초과를 문제 삼아 파월 의장에게 대배심 소환장을 발송했다. 파월 의장은 즉각 2분간의 영상 성명을 통해 반격했다. 그는 "이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가 아닌 경제적 증거에 기반해 금리를 설정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이번 사태의 핵심은 통화 정책이 정치적 압력이나 위협에 의해 좌우될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파월 의장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연준 업무에 능숙하지 않으며, 건물 짓는 일도 엉망이다"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공화당 내에서도 리사 머코우스키 상원의원 같은 인물들은 "공사비 초과는 정부 사업에서 흔한 일인데 이를 빌미로 연준을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표했으나, 정치적 파장은 이미 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서, 엔화는 안전 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

이러한 통화 전쟁의 직격탄은 동아시아 수출 현장으로 전해진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한일 양국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엔저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엔(약 9원) 상승할 때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350억 엔(약 3,150억 원) 증가하는 구조다. 도요타는 엔저로 확보한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고금리와 고환율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2024년 12월 3일 선포됐던 한국의 계엄령 사태 여파는 2026년에도 원화 가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91.3까지 하락하며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의 대리 통화로 취급받으며 엔저가 심화될 때마다 동반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5년 평균 원·달러 환율이 역대 최고치인 1,422.16원을 기록한 배경에는 일본의 초완화적 정책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IT 대기업들이 AI 붐을 타고 반도체 수출에서 선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회복되지 않는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일본발 통화 불안이 결합된 결과다.

결국 2026년의 엔화 폭락은 단순한 환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신뢰와 정책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에서 승리해 권력 기반을 다진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가계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사나에노믹스는 거대한 거품에 그칠 수 있다. 워싱턴의 법정 싸움이 연준의 항복으로 끝난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를 것이며, 그 불길은 가장 먼저 취약한 엔화와 원화를 태울 것이다. 이제 시장 참여자들은 160엔이라는 숫자 너머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도박의 결말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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