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표기되는 이모지 목록에서 이란 국기가 삭제됐다.
엑스 측은 대신 이란의 옛 팔레비 왕정이 사용하던 깃발을 새로 올렸다. 최근 이란에서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에서 커진 왕정복고 여론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엑스의 게시물 입력창에 이란 국기 이모지를 표기하는 유니코드 문자(영문 'IR'과 유사한 형태)를 넣어보면 현재 이란 국기가 아닌 초록, 하양, 빨강의 가로 삼색기 중간에 노란색으로 사자와 태양이 그려진 깃발이 표시된다.
이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된 옛 팔레비 왕조가 사용하던 국기다.
현재 쓰이는 이란 국기는 같은 삼색 바탕을 쓰지만, 사자와 태양 문양 대신 아랍어 '알라'(신) 표기를 칼과 초승달로 형상화한 튤립 모양의 문장이 그려져 있다.
또 가로줄 무늬 사이에 타크비르(신은 위대하다는 선언 '알라후 아크바르')가 새겨진 모양이다.
이같은 변화는 엑스 소속 개발자인 니키타 비어가 지난 9일 주고받은 트윗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엑스 사용자 '@2irl4ur'가 비어(@nikitabier)와 머스크(@elonmusk)를 태그하며 이란 국기 이모지를 업데이트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비어가 "시간을 조금 달라"고 답글을 단 뒤 이란 국기가 사라졌다.
이후 비어는 새 이모지 디자인을 상세히 설명하는 게시물을 엑스에 올렸다.
유니코드에 기반한 각종 이모지의 의미와 사용법을 설명하는 웹사이트 이모지피디아는 최근 분석 글에서 이번 이란 국기 교체를 두고 "2024년 엑스가 권총 이모지를 수정한 이후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란 외무부는 엑스 계정(@irimfa_en) 소개란에 있던 국기 이모지가 황금사자기로 표시되자 이후 이를 부랴부랴 삭제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의 경제난 항의 시위에서 황금사자기는 이란 신정체제 전복과 왕정복고를 뜻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주영국 이란대사관에 시위대가 진입해 이란 국기를 황금사자기로 바꿔 달아 화제를 모았다.
머스크 CEO도 최근 시위에 동조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지난 3일 이란 신정체제의 정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공식 엑스 계정(@khamenei_ir)에 "우리는 적들에게 굴하지 않겠다"고 썼는데, 여기에 머스크가 페르시아어로 "거짓된 망상"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 CEO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도 이란 시위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란 당국이 유혈진압을 은폐하고 시위 조직을 막고자 지난 8일부터 인터넷과 통신을 전면 차단했는데 현지에서 스타링크에 가입한 소수의 이란인이 외부와 소통하며 시위 참상이 담긴 사진과 영상 등을 알리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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