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삼성전자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일 과반의 노동조합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가입자 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집계된 수만 5만5654명이다. 지난해 9월 1일 6300여명에 불과했던 가입자가 5개월도 안돼 9배 가까이 늘어난 셈으로, 최근 열흘 남짓한 기간에 약 4000명이 노조에 합류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못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르면 1월 중, 늦어도 2월 중에는 단일 노조 기준 과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초기업노조 측은 노조 가입이 가능한 인원을 고려할 때 과반 기준을 약 6만25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검증 절차에 따라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는 12만9524명이다. 일각에서는 과반 노조 성립 요건으로 6만4500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앞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등 3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의 투명화와 상한 해제, 기본급(베이스업) 7% 인상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4차 본교섭은 6분 만에 종료됐다. 노조가 자체 소식지인 ‘교섭자료’를 통해 사측 교섭위원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5차 본교섭은 지난 13일 진행됐다. 노조 측은 “현 단계에서는 자세한 설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로 인정될 경우 법적으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른 노조와의 공동 교섭 없이 단체교섭권과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교섭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과반 노조가 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대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위험 상황 발생 시 작업 중단 요구와 노동당국 신고 등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현재는 노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 회사 측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는 구조이나, 과반 노조가 되면 산업안전 문제에 대해 보다 즉각적인 문제 제기와 조치 요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2026년 임금교섭’에 초기업노조가 이미 참여하고 있는 만큼 과반 노조 지위가 확정되더라도 단기간 내 노사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노사의 평행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OPI 상한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성과급 제도 개선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노조 가입이 두드러진다.
실제 초기업노조 전체 가입자 가운데 약 80%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소속이다. 지난 8일 기준 DS부문 노조 가입자는 4만2096명으로, 지난해 말(4만115명) 대비 열흘 만에 약 2000명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메모리사업부 비중이 가장 커, 해당 사업부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6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2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16조원가량이 DS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OPI 산정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OPI는 매년 한 차례 지급되는 성과급으로,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초과 이익의 20% 범위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EVA) 방식을 OPI 산정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투자금 등 자본비용을 차감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크더라도 비용 지출이 많을 경우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5년도분 OPI로 연봉의 43~48% 수준을 책정받았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의 예상 지급률은 45~50%다. 반면 영상디스플레이(VD), 생활가전(DA), 네트워크, 의료기기사업부의 OPI 지급률은 연봉 대비 9~12% 수준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성과급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공식 의견을 내기에는 아직 섣부른 단계”라며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회사다. 이 같은 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사업부 보존 문제까지 함께 논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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