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14일 새벽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다. 차기 대선 주자급 인사에 대한 초강수 조치가 내려지면서, 이번 결정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무너진 당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체제 정비’인지, 계엄 사태 이후 부상한 유력 인사를 겨냥한 ‘정적 제거’인지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제명은 지난달 30일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한 전 대표의 관리 책임을 문제 삼아 조사 결과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지 15일 만에 내려졌다. 윤리위는 결정문에서 “6명의 게시글 작성자가 특정 IP 2개를 사용했고, 한 전 대표가 가족들이 글을 올린 사실을 뒤늦게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며 “중대한 당헌·당규·윤리규칙 위반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이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조직적 경향성을 띠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당내 분쟁을 증폭시켰다는 점도 제명 사유로 명시했다.
윤리위는 특히 한 전 대표가 가족의 게시글 작성과 관련해 윤리적 책임뿐 아니라 관리 책임, 직업윤리,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공격하는 게시물이 반복적으로 게시되면서 당의 신뢰를 훼손했고, 지도부의 통합 노력에도 정면으로 배치됐다는 것이다. 당규상 제명은 네 가지 징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처분으로,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을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하나의 계엄”에 비유하며 “계엄을 막고 당을 지킨 사람을 허위 조작으로 제명했다”고 주장했다. 재심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윤리위가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재심은 의미가 없다”며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제명의 배후로 장동혁 대표를 직접 지목했다. 그는 “장 대표가 당무감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통해 이런 결론을 끌어냈다”며 “결정문 핵심 내용을 두 차례나 정정하면서까지 제명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윤리위가 독립기구라는 지도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다만 윤리위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 가능성은 열어두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윤리위원회의 판단은 독립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정치 보복이 아닌 조직 관리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규정하려는 기류다.
당내 반응도 엇갈린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필요하고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신중론을 폈고,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당원들의 피로감을 끝내는 결정”이라며 지도부 판단을 옹호했다.
여기에 당내 혁신 성향 모임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내 혁신 성향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입장문을 통해 “당의 위기를 수습해야 할 시점에 유력 정치인을 제명하는 선택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번 결정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국민의힘 내부 권력 충돌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를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의 ‘장·한 전쟁’”으로 규정하며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계엄 해제 의결 당시 한 전 대표가 의원 18명을 보낸 공로는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부분 역할은 인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제명이 국민의힘에 단기적인 ‘정비 효과’와 중장기적인 ‘후폭풍’을 동시에 안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도부로서는 당내 갈등의 한 축을 제거함으로써 체제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개혁·중도 성향 지지층 이탈과 향후 분당 가능성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당원 게시판 논란이라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어떤 리더십과 노선으로 재편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최고위원회의 최종 판단과 향후 법적 공방의 향배에 따라, 이번 제명은 ‘체제 정비의 출발점’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정적 제거 논란’ 속 당내 권력 충돌의 상징으로 남을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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