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중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공산당 최고 지도층 인사들의 주요 인맥, 이른바 '관시(关系)'가 주목받고 있다. 개인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 문화 특성 상 권력층 인사들과 친분 있는 인사들이 중국 진출이나 현지 사업 확장의 '키맨'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인·허가부터 규제대응, 정책정보 수집 등 경영의 핵심적인 사안 모두가 권력의 영향을 받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사업적 성과 여부 역시 권력과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산당 서열 2위, 中 실리콘밸리 행정수장 등 중국 권력의 핵심 '지강신군'(之江新軍)
현재 중국 권력은 시진핑 주석의 추종 세력인 '시자쥔'(习家军)에 집중돼있다. 시자쥔은 크게 시 주석이 과거 근무했던 ▲저장성 ▲푸젠성 ▲칭화대 동문 등으로 구분된다. 저장성 계열 인사로는 당 서열 2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리창 총리를 주축으로 한 시 주석의 저장성 인맥은 현지에서 '지강신군'(之江新軍)으로 불리며 시진핑의 정치적 우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창 총리는 저장성 출신으로 저장농업대학 농업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공산당에 입당해 관료로 근무하며 오랜 기간 저장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를 맡을 당시 리창 총리는 비서실장격인 저장성 당위원회 비서장으로 근무했다 중국의 지방 행정은 정책 방향, 주요 인사 임명, 경제·사회 정책 결정 등의 권한을 가진 당서기와 당서기의 지시 아래 실무를 담당하는 성장과 시장이 책임지고 있다. 리창 총리는 2013년 시 주석 집권 이후 저장성 성장, 장쑤성 당서기, 상하이시 당서기 등을 거쳐 2023년 3월 한국의 국무총리 격인 국무원 총리로 임명됐다.
리창 총리 외에 또 다른 지강신군의 멤버로는 ▲러우양성(楼阳生) 전국인민대표대회 교육·과학·문화·보건위원회 부위원장 ▲황쿤민(黄坤明) 광둥성 당서기 ▲천민얼(陈敏尔) 톈진시 당서기 ▲샤바오룽(夏宝龙) 국무원 소속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 ▲잉용(应勇) 현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총장 등이 꼽힌다. 러우양성 부위원장은 시 주석의 저장성 당서기 시절 저장성 공산당 위원회 서기를 맡은 바 있다. 저장성, 후베이성, 산시성, 허난성 등 지방 행정 경험이 풍부한 관료로 평가고 있다.
2024년 12월 러우양성 부위원장은 허난성 당서기직에서 용퇴한 뒤 지난해 2월 전국인민대표대회 교육·과학·문화·보건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해당 기관은 국무원의 '혁신형 국가 건설 전략'을 수행하는 곳으로 최근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여행그룹과 수차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여행그룹의 수장인 왕화이민은 과거 시 주석으로부터 상하이 신장정의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중국의 국영 다국적 복합기업 코스코해운에서 수십 년간 근무하며 당 지도부 부서기까지 올라간 뒤 6월 중국여행그룹 회장에 발탁됐다. 현재 홍콩화교기업협회장도 겸직 중이다.
황쿤민 당서기는 과거 시 주석의 저장성 당서기 기간 동안 저장성 공산당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시진핑 1기 출범 이후에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 부부장(장관급)을 맡으며 국민 정신문명 건설 사업 실무를 주도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황쿤민 당서기의 권력 기반인 광둥성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각종 현지 IT기업들이 몰려있는 지역이다. 광둥성의 선전시에는 화웨이, 텐센트, BYD, DJI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다수 존재한다. 지난해 시 주석이 직접 중국 인공지능(AI) 대중화의 거점으로 꼽은 지역이기도 하다.
천민얼 당서기 역시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를 역임할 당시 저장성 공산당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에서 물러나기 직전 저장성 부성장에 임명됐다. 천민얼 당서기는 공직 이외에도 공산당 산하의 공식 언론사 중 한 곳인 저장일보미디어그룹의 사장직을 약 3년 간 역임하기도 했다.
샤바오룽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시진핑 저장성 당서기 시절 당 부서기를 역임했다. 이후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로 영전한 후 공석이 된 저장성 당서기를 맡았다. 당시 샤바오룽 주임은 중국-러시아 평화발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며 중국 내 '러시아통'으로 거듭났다. 지난 202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우정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샤바오룽 주임은 베이징대 정치경제학 석사,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베이징대 동문회 활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잉융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총장은 저장성 고등인민법원 당서기로 활동하던 시절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저장성 고등인민법원 당서기를 거쳐 상하이시 고등인민법원 당서기, 상하이시 시장 등을 역임하며 법조와 행정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2007년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로 부임할 당시엔 잉융 총장을 상하이시 고등인민법원 당서기에 임명하며 함께 상하이로 데려가기도 했다. 상하이 고등인민법원 원장 시절 그는 상하이 법조계의 주요 간부와 그들의 배우자, 자녀가 관할 구역 내 변호사가 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분리장벽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시 주석 집권 1기의 주요 과제였던 '부정부패 척결'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진핑의 또 다른 측근 세력들…푸젠성 시절 참모그룹, 모교 칭화대 동문
시자쥔을 구성하는 또 다른 세력으론 '푸젠신군'(福建新軍)이 있다. 푸젠신군은 시 주석의 푸젠성 근무 시절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 및 관료 그룹을 일컫는 단어다. 시 주석은 과거 푸젠성의 닝더, 푸저우 등의 도시에서 약 17년 간 근무했다. 덕분에 푸젠성은 시 주석 정치 인생의 밑바탕을 닦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푸젠신군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 ▲차이치(蔡奇) 중앙판공청 주임 ▲왕샤오홍(王小洪) 중국 공안부장(경찰청장) 등이 꼽힌다.
시 주석의 오랜 측근인 허리펑 부총리는 시진핑 집권 3기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푸젠성 샤먼대에서 금융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통으로 정치 경력 역시 출신 대학이 자리한 푸젠성의 샤먼시에서 시작했다. 허리펑 부총리가 시 주석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곳 역시 샤먼시다. 1980년대 중반 당시 샤먼시는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여러 정책 거점으로 활용됐는데 허리펑 부총리는 그 시절 샤먼시의 신임 부시장으로 취임한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시 주석이 2008년 중국 부주석에 취임해 유력한 차기 지도자가 됐을 때 허리펑 부총리 역시 시 주석을 따라 수도 베이징 인근의 톈진시로 전근을 갔다. 그는 톈진시 당 부서기로 활동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빈하이신구 개발'이 꼽힌다. 빈하이신구는 상하이 푸둥신구에 이은 중국 북방 최대의 국가 전략 개발지역이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항만·금융·첨단 제조·국제 물류가 결합된 종합 경제 거점으로 육성해 새로운 경제특화지역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국영기업 초상국(차이나머천트) 그룹, 코스코 해운 등 현지 항만·물류 기업과 홍콩의 재벌그룹인 주대복 그룹이 참여해 경제특화지역 조성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대규모 개발을 주도한 이력 덕분에 지금도 허리펑 부총리는 중국 경제 정책과 대외 비즈니스의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허리펑 부총리는 최근 1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 등과 60회 이상 만났다. 앞서 2024년 4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도 만나 산업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차이치 주임은 시 주석이 푸젠성 부시장을 역임하던 시절 푸젠성 산하의 싼밍시 시장을 역임했다. 이후 시진핑 집권 2기가 시작된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베이징시 당서기로 발탁된 데 이어 2023년 제 20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이 됐다. 현재 차이치 주임은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자리와 함께 공산당 내 통일전선부·조직부·선전부·정법위원회·감찰위원회·공안부를 총괄하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겸임 중이다.
당·정·군의 핵심 업무를 모두 시 주석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아 하부에 전달하는 역할로 사실상 '시진핑의 입'으로 평가되는 자리다. 푸젠성 출생인 차이치 주임은 푸젠사범대학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했으며 현재 동문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문회에는 황쿤민 광둥성 당서기, 천젠원 인민일보 편집장, 류훙젠 원난성 당 부서기 등이 속해 있다.
왕샤오홍(王小洪) 공안부장은 시 주석의 푸젠성 부시장 시절 푸젠성 공안국 부국장 및 국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3년 공안부장에 취임한 후 반(反) 시진핑 세력으로 꼽혔던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 세력을 포함한 전국 31개 성급 공안청장을 모두 교체했다. 왕샤오홍 부장은 푸젠성 공안국에서 수십 년간 근무한 뒤 허난성 공안부 부장과 베이징시 공안국 국장 등 요직을 거치며 중국 내 경찰 권력의 핵심 인물로 성장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현지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권을 가진 국가감찰위원회 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동문 집단도 시좌쥔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꼽힌다. 시 주석은 지난 2021년 칭화대 개교 110주년을 맞아 직접 칭화대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해 개교를 축하하는 행사를 가지는 등 모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앞서 105주년 행사에도 축사를 보내 모교와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칭화대 동문 집단의 수장격 인물로는 천시(陈希)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장이 꼽힌다. 천시 교장은 시 주석과 칭화대 화학공학과 동문 관계이며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시 교장은 대학 재학 시절 칭화대 청년단위원회 서기, 대학 당위원회 상무위원 등을 역임 하기도 했다. 이후 칭화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2002년부터 2008년까지는 칭화대학교 당서기를 맡았다. 이후 교육부 차관을 거쳐 2023년에는 공산당 직속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수장에 임명됐다. 중앙당교는 공산당 고위 간부들에게 당의 이념과 정책을 교육하는 기관이며 중국 공산당의 사상적 싱크탱크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시 주석의 칭화대 동문 집단을 구성하는 인물로는 ▲천지닝(陳吉寧) 상하이시 당서기 ▲후허핑(胡和平) 중앙선전부 상무부부장 등이 있다. 천지닝 당서기는 칭화대 토목환경공학과를 전공한 뒤 칭화대에서 교수, 학과장, 부총장, 총장 등을 역임한 칭화대 출신 학계 인사다. 천지닝 당서기는 2018년 베이징 시장을 맡으며 베이징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상하이시 당서기직은 중국 내 정치권 요직으로 향하는 핵심 요직으로 평가되는 자리다. 시 주석과 리창 총리 모두 과거 상하이 당서기장을 역임했다.
후허핑 상무부부장은 칭화대 수리공학과를 졸업한 뒤 수리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학사행정실장, 인적자원개발실 부장, 부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칭화대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 했다. 교육계를 떠난 후에는 산시성 당서기,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2023년 시 주석에 의해 중앙선전부 상무부부장으로 발탁된 뒤 현재까지 직책을 유지 중이다. 중앙선전부는 공산당의 선전·홍보·이념·언론·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이며 당의 메시지를 중국 사회 전체에 전달하고 통제하는 핵심 기관이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진핑 주석을 추종하는 측근들로 구성된 시자쥔은 중국 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해외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이들의 지연·학연 등을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중국 내 사업 추진을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는 사람과의 관계, 즉 '관시' 의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성·시의 당서기, 국영기업 핵심 임원진 등과의 접점을 확보하는 것이 현지 사업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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