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의원(무소속)의 공천헌금 1억 의혹과 관련해 김경 서울시의원이 경찰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돈을 건넬 때 강선우 의원도 함께 있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이 최근 경찰에 제출한 자수서에 따르면 돈을 건넬 당시 강 의원과 강 의원의 전 사무국장인 남 모 씨가 함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강 의원이 '돈을 받은 것을 나중에 보고 받고 나서야 알았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배치 되는 만큼 파장이 불가피하다.
공천헌금을 중개한 것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던 전 사무국장 남 모 씨는 해당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연이은 소환 통보에 김 시의원 측은 내일(15일) 조사에 응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민주당 윤리심판원에서 제명된 지 이틀 만에 김병기 의원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은 당의 제명 결정에 반발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경, 경찰 자수서에 "돈 건넬 때 강선우 함께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던 강선우 해명과 정면배치…金 15일 재소환 예정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된 민주당 공천헌금 1억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분기점을 맞았다.
김 시의원은 변호인을 통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제출한 자백성 자수서에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의원 쪽에 돈을 건넬 때 강 의원과 그의 전 사무국장인 남 모 씨가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이 김 시의원의 현금 전달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단 의미여서 앞서 강 의원이 '보고를 받기 전에는 몰랐고 인지 뒤 반환을 지시했다'며 사후 인지 취지로 해명한 것과 상반된 내용이다.
경찰은 내일(15일) 김 시의원을 소환해 현금 전달 당시 강 의원의 동석 여부와 전달 후 반환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김 시의원 자수서 내용과 강 의원의 해명, 남 모 사무국장 등 세 사람의 진술이 엇갈려 1억 원을 건넬 당시 강 의원과 남 모 국장의 '동석 여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자택 압수수색에도 김경 노트북·태블릿 행방 묘연
수사의 또 다른 변수는 '증거 확보'다. 경찰은 지난 11일 김 시의원의 자택과 서울시의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김 시의원이 장기간 사용해 온 노트북과 태블릿PC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회는 2022년 7월 제11대 의회 개원 당시 시의원들에게 PC 2대와 노트북과 태블릿PC를 각 1대씩 총 4대의 전자기기를 지급했다.
경찰은 11일 압수수색에서 김 시의원이 평소 사용하던 PC 2대를 확보했고 12일엔 시의회가 보관 중이던 김 시의원의 PC 2대를 임의 제출받았으나 2022년 시의회가 지급한 노트북과 태블릿PC는 압수물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 시의원에게 지급된 전자기기 목록 중 노트북과 태블릿PC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늑장 수사에 이은 수사 허점 논란도 대두됐다.
압수한 PC와 시의회로부터 제출 받은 PC를 조사했지만 이 중 2대는 하드디스크가 포맷된 상태였으며 1대에는 아예 하드디스크가 들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PC에 원래 하드디스크가 없었는지 또 임의로 훼손하거나 폐기했다면 언제 처분했는지 파악 중이다.
김 시의원 측은 PC 포맷 여부를 두고 "이번 사건이 보도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라서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 시의원에게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시의회에서 사용했던 노트북과 태블릿PC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김 시의원은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메신저 계정 또한 변경했다. 미국에 머물면서 텔레그램은 두 차례 재가입했으며 카카오톡 역시 탈퇴했다 재가입하며 증거 인멸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강 의원도 11일 압수수색에서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최근 휴대전화를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아이폰으로 변경했으며 경찰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이폰은 당사자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 포렌식이 어려운 기종이어서 민주당을 탈당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강 의원의 행동과 배치된다.
'제명 반발' 김병기 본격 강제수사…측근까지 전방위 수사
자택·의원실 압색, 차남 금고도 확인…정치자금법 위반혐의
경찰은 '공천헌금 의혹'을 받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서도 첫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압수대상에 김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 김 의원의 휴대전화, 차남 집의 금고까지 포함해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다.
김 의원은 2020년 총선 전후 지역구 의회 공천을 대가로 전직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총 3000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가 3~5개월 뒤 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 의원에게 제기된 여러 비위 의혹 중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시됐다.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는 김 의원의 아내와 최측근 등이 직접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데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담긴 탄원서가 전달된 바 있고, 금품 제공자와 전달 금액까지 특정돼 있어 김 의원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 중 제일 먼저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오전 7시55분쯤부터 서울 동작구에 있는 김 의원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지역사무실, 김 의원 차남의 자택, 금품 전달 창구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이지희 동작구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포함해 모두 6곳을 수색했다.
김 의원 부부는 이 구의원과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서 2개 층을 사이에 두고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압수수색 장소에 국회 운영위원장실과 민주당 원내대표실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 의원의 차남 김 모 씨가 거주하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아파트에도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차남 김 씨의 집 내부에는 김 의원의 개인 금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압수수색에서 차남 김 씨의 자택에서 김 의원의 개인 금고로 추정할 만한 압수물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금고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수 있다고 보고 압수한 물품들을 분석해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김 의원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고발은 23건, 의혹별로는 12건이다. 공천헌금 의혹을 비롯해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항공사 호텔 숙박권 수수·의전 요구 의혹(뇌물수수·청탁금지법 위반) △쿠팡 이직 전 보좌관 인사 불이익 요구·고가 식사 의혹(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보좌진 텔레그램 대화 내용 무단 탈취 의혹(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진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5일에도 전직 보좌진을 불러 조사한 경찰은 김 의원의 여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추가로 물어볼 계획이다.
김 의원 부부·이지희 동작구 부의장 등 5명 출국금지
경찰은 이날 김 의원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 모 씨, 김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과 김 의원에게 금전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한 전 동작구의원 2명 등 총 5명을 출국금지 조처했다.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뒤 조만간 김 의원을 포함해 김 의원과 아내 이 모 씨와 이 구의원 등을 불러 소환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병기 제명 1월말 결론…비상징계 고려 안 해"
김 의원은 지난 12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민주당은 "1월 말쯤 절차적 결정까지 완성될 것"으로 전망하며 당 대표의 비상징계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며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지만 당은 이달 안에 최종 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당규상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하게 돼 있지만 현재 국민의 높은 관심,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당규상 보장되는 60일이라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될까 싶다"며 "당 지도부로서는 그것보다는 신속한 결론이 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주는 윤리심판원의 심판 결정문을 완성하고 당사자에게 발송하는 주간이 될 것"이라며 "다음 주에 당사자가 결정문을 송달받으면 그 다음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김 의원)도 심판원의 결정문을 송달 받고 내용을 검토해 재심 청구 요지를 작성할 것"이라며 "다음 주는 재심 청구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1월 29일에 예정대로 윤리위원회의 재심 심판 결정이 이뤄진다면 다음날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심 심판 결정 결과가 보고된다. 의총 일정이 결정된 바는 없으나 최대한 빠르고 신속히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 결정을 거치면 의원총회에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상정돼 표결 결정이 이뤄진다.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162명의 과반인 82명 이상이 찬성하면 제명 처분이 최종 확정된다.
'징계 절차가 2월로 넘어가면 비상 징계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 수석대변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비상징계권 발동에는 선을 그었다.
김 의원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본격화된 것에 대해선 "지금 국민은 개인의 애당심보다는 문제가 어떠한 공적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지 묻고 있다"며 "지도부는 공적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신속한 진상 규명 처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힘 "쇼 정치하는 與…보여주기식 수색, '약속 대련' 하나"
국민의힘은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보여주기'식 이라며 수사기관과 민주당의 '약속 대련'이라고 비판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정치자금 수수, 피감기관 초호화 숙박 제공, 자녀 특혜 개입, 갑질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수사기관은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야 '보여주기 늑장 수사'에 들어갔다"고 질타했다.
조 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는 '만사형통 김현지', '절대권력 이재명'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김병기라는 '폭탄'이 어디로 튈지 몰라 얼마나 두려우면 수사기관조차 이토록 주저하며 증거인멸의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준 뒤에야 수사하는 시늉을 내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명백한 증언과 증거들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지만 김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망부석'을 자처하며 제명 결정은 아랑곳없이 버티고 있다"며 "사실상 '나를 건드리면 여럿 다친다'라는 협박을 몸소 시연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김병기라는 시한폭탄 앞에서 엄포만 놓을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약속 대련'이라고 인정하고 '쇼 정치'만 이어가겠다고 솔직하게 밝히는 편이 더 정직하다"고 말했다.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도 14일 논평을 통해 "내로남불식 편파적 법치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였던 강선우 의원과 지난 총선 '비명횡사'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흔들었던 김 전 원내대표까지 같은 의혹에 연루돼 있음에도 수사조차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 대변인은 "민주당은 뒤늦게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감찰단 제명 의결을 내놨지만 국민이 보기엔 '꼬리 자르기'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특검이 필요하다면 '야당 말살 특검'이 아니라 민주당의 의혹을 비추는 '거울 치료 특검'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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