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부터 주요 KTX역, KT·방송국까지 범행 타깃 삼아
(성남=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인증절차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골라 폭파 협박 글을 써 온 1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공중협박 혐의로 A군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A군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분당 KT 사옥, 강남역, 부산역, 천안아산역, SBS, MBC 등 6곳을 대상으로 각각 한 차례씩 폭파 협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지난 5일 KT 휴대전화 개통 상담 게시판에 "분당 KT 사옥에 폭탄을 설치해놨으며, 오후 9시에 폭파할 예정"이라며 "100억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칼부림하겠다"고 글을 썼다.
그는 글쓴이 명의를 '김○○'이라고 밝혔으며, 이 명의의 토스뱅크 계좌번호를 적어놨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당시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던 대기업 상대 폭파 협박의 연장선으로 보고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해 안전 조치만 한 뒤 상황을 종결했다.
A군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강남역(9일), 부산역(10일), 천안아산역(11일), SBS(11일), MBC(11일) 등을 상대로 폭파 협박, 즉 '스와팅'(swatting·허위 신고)을 지속했다.
스와팅이란 특정 대상을 괴롭힐 목적으로 공권력을 출동시키도록 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그는 협박 글에 "KTX에 탔는데 승무원이 물을 주지 않는다. 역사를 폭파하겠다", "편파 방송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방송국을 폭파하겠다"는 등 터무니없는 이유를 쓰면서 범행을 지속했다.
각각의 사건 발생 당시에는 이들 사건 간에 연관성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경찰에 붙잡힌 A군이 혐의를 자백하면서 모두 A군의 소행인 사실이 드러났다.
A군은 가상사설망(VPN) 우회를 통해 해외 IP를 이용, 소방당국의 신고 게시판이나 지상파 방송국의 익명 게시판 등에 협박 글을 썼다.
KT 휴대전화 개통 상담 게시판을 비롯해 피해자 측의 게시판은 본인 인증 절차 없이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군이 VPN 등을 활용해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데 이어 작은 단서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신저 앱 '디스코드'(Discord)에서 활동해 온 A군은 다른 디스코드 이용자인 김○○과 사이가 틀어지자 그를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명의를 도용해 스와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디스코드 내에서는 스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주로 10대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스와팅을 하는데, 디스코드 내에서 다툼한 상대의 명의로 협박 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구속된 인천 대인고 폭파 협박 사건 피의자, 촉법소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경기광주 초월고 테러 협박 사건 범인 역시 디스코드 활동을 시작으로 스와팅을 한 사례이다.
A군은 경찰에서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서 스와팅을 했다"고 진술했다.
A군은 분당 KT 사옥 폭파 협박의 경우 디스코드에서 알게 된 신원미상의 인물로부터 스와팅 권유와 함께 5만원을 받은 뒤, 다른 이에게 2만5천원을 주고 범행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실상 돈을 받아 챙긴 사건은 분당 KT 사옥 폭파 협박 1건(2만 5천원)일 뿐이어서, 진술의 진위에 관해서는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며 "디스코드 내에 스와팅 범죄 모의가 횡행하고 있어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A군은 이 밖에 롯데월드, 동대구역, 수원역, 운정중앙역, 모 중학교 등을 대상으로 추가로 5건의 스와팅을 더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군을 상대로 보강 조사를 통해 추가 혐의를 밝혀내는 한편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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