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더봄] 제철을 선물하다, 귤 한 상자에 담긴 겨울 이야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권혁주 더봄] 제철을 선물하다, 귤 한 상자에 담긴 겨울 이야기

여성경제신문 2026-01-14 10:00:00 신고

겨울은 유난히 마음이 웅크러드는 계절이다. 차가운 공기와 짧아진 해가 일상을 단조롭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작은 변화 하나도 크게 다가온다. 사소한 마음 하나만으로 눈처럼 무색(無色)한 일상을 채색(彩色)할 수 있다면 그 마음 주저할 이유가 있을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 선물-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성의가 느껴지고 누구에게나 무난한 불호 없는 선택에 대한-고민을 하게 된다. 여기 답을 제안한다. 일상에 생기를 돋우어 줄 겨울 간식 오늘은 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상자에 담긴 귤 /Canva AI 생성
  상자에 담긴 귤 /Canva AI 생성

겨울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많다. 굴과 방어는 제철의 풍미를 자랑하고 고구마와 붕어빵은 속을 든든히 채운다. 하지만 이 음식들은 조금은 번거롭다. 경우에 따라 불호가 있을 수 있다. 변수가 많은 음식들이다.

반면 귤은 다르다. 한결같고 단순하다. 씻을 필요도 조리할 필요도 없다. 하나씩 나누기도 좋고 상자로 거하게 주기도 좋다.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게다가 비타민C가 풍부해 건강 간식으로도 제격이다. 그래서 귤은 제철 먹거리인 동시에 완벽한 '선물'이다.

선물로 건넬 귤이라면 조금 더 신경 쓰게 된다. 귤에도 종류가 있다. 좋은 귤을 고를 땐 껍질이 얇고 탄탄하며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이 좋다. 우리가 흔히 먹는 제주 노지귤은 11월부터 1월까지가 가장 맛있고 이후엔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의 만감류가 제철을 잇는다. 대개 이 종류의 귤은 비싸기 때문에 기념일이나 웃어른 선물 등에 좀 더 어울린다.

귤 알맹이에 붙은 귤락 /Canva AI 생성
귤 알맹이에 붙은 귤락 /Canva AI 생성

참고로 귤 껍질을 벗겨보면 알맹이에 하얀 실 같은 게 붙어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귤락이라 부른다. 귤락의 정도에 따라 귤의 맛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귤락은 섬유질의 질긴 식감이다. 약간의 쓴맛과 떫은맛을 가지고 있어 과육과 함께 먹을 경우 단맛을 살짝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껍질이 두꺼운 귤이나 덜 익은 귤일수록 귤락의 존재감이 크다. 반대로 잘 익은 제철 귤은 귤락이 얇고 부드러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귤일수록 귤락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거나 먹어도 불편함이 적다. 그러니 당도가 높은 귤일수록 귤락을 떼어내면 단맛이 또렷해진다. 

반대로 신맛이 강한 귤은 귤락이 남아 있을 때 더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귤락을 떼면 더 달게 느껴진다'는 말은 실제로 유효하니 취향에 따라 귤락을 조절(?)하여 나만의 입맛을 찾아보길 권한다.

자 그래서 귤을 어떻게 선물하면 좋을까. 귤을 전하는 방식 역시 메시지가 된다. 가족·친구·집들이 등의 집 단위라면 대개 5㎏ 한 상자가 괜찮다. 너무 양이 많아도 다 못 먹고 썩을 수 있으니 적정한 용량이 좋다. 이웃이나 회사 동료에 전하는 경우에는 2㎏ 박스 혹은 봉지에 담긴 귤이 적당하다. 친한 동료의 책상 위에 귤 한두 개를 올려두는 것도 좋은 인사다. 

사실 귤은 양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 이 계절에만 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물이라는 것, 그 마음을 전할 때 값어치가 살아난다. 결국 포장이 아니라 맥락이 귤의 품격을 만든다. 필자는 외출할 땐 가방에 귤을 한 봉지 담아 나간다. 만나는 사람에게 고이 건네주는 귤 한 알이 의외로 짜릿하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귤 한 알의 온기 /Canva AI 생성
누군가에게 건네는 귤 한 알의 온기 /Canva AI 생성

귤은 배를 단순히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사람들이 귤을 받았을 때 유독 반가워하는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귤에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공유한 공통의 기억이 담겨 있다. 패딩 주머니 속 조물조물거리던 조생귤의 촉감, TV를 보며 귤 한 박스를 옆에 끼고 앉아 주섬주섬 먹다가 반 박스를 먹어버린 유년의 기억 등 귤을 받는 순간 그 장면들이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귤의 MBTI를 가늠해 본다면 분명 F일 것이다.

연초의 겨울은 여전히 매섭다. 영하권의 추위와 옷을 파고드는 칼바람, 게다가 눈이라도 내리면 외출조차 쉽지 않다. 동장군의 기세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이지만 우리끼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 계절을 건너도 좋겠다. 귤 한 알에 담긴 마음의 온기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값비싼 선물 대신 제철의 귤로 안부를 전하며 계절과 일상을 축하해보는 건 어떨까.

☞만감류=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귤을 말한다. 감귤과 오렌지를 교배해 만든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 감귤보다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여성경제신문 권혁주 쇼호스트 kwonhj1002@naver.com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