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대'는 조선 시대 기록에도 나타날 만큼 오래된 음식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길거리에서 쉽게 사 먹는 간식이 아니라, 양반가나 궁중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정성을 다해 올리던 음식이었다.
1800년대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를 살펴보면,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꿩고기나 닭고기, 쇠고기를 다져 넣고 여러 가지 양념을 섞어 쪄낸 고단백 보양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이었으므로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당면이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대중적인 간식으로 정착했다.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국민 음식이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조리 방식과 외형을 두고 생소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팔도 강산이 빚어낸 순대의 보급
순대는 가축의 창자 속에 여러 가지 재료를 채워 넣어 만든다. 지역의 지리적 여건과 생활 방식에 따라 속재료와 제조 방식이 각기 다르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선지를 듬뿍 넣어 맛이 진하고 묵직한 '피순대'를 즐겨 먹는다. 반면 북쪽 지역이나 강원도 속초에서는 명태의 몸통을 주머니처럼 쓰거나 소의 큰창자를 사용하여 씹는 맛을 강조한 순대를 만든다.
우리가 분식집에서 흔히 보는 당면 순대는 1970년대 이후에 자리를 잡은 형태다. 당시 당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고기 대신 당면을 채워 넣은 순대가 대중적인 먹거리로 퍼져 나갔다. 지역마다 순대를 찍어 먹는 양념이 다른 점도 순대가 가진 사회적 성격 중 하나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주로 소금을 사용하고, 경상도는 된장을 기반으로 한 쌈장을 곁들인다. 전라도는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며 지역마다 고유한 맛을 즐긴다.
검붉은 색이 세운 거부감, 매콤한 양념에 허물어진 벽
일본 소비자들이 순대를 처음 접할 때 망설이는 이유는 주로 시각적인 요소에 있다. 선지가 들어가서 생기는 검붉은 색깔은 일본의 식재료 손질 방식과 차이가 크다. 일본 요리에서는 고기나 생선을 다룰 때 피를 최대한 깨끗하게 제거하는 일을 기본으로 삼는다. 따라서 피를 그대로 사용하여 속을 채운 순대의 모습은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냄새에 대한 인식 차이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에도 내장을 사용한 전골이나 구이 요리가 존재하지만, 대개 강한 양념을 사용하여 내장 본연의 냄새를 가리는 편이다. 반면 순대는 내장의 질감을 비교적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라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 드라마나 인터넷 영상을 통해 한국 음식을 접하는 일본 젊은 층이 많아졌다. 이들은 순대를 그저 낯선 음식이 아니라 한국을 상징하는 대중적인 간식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떡볶이의 매콤한 국물에 순대를 찍어 먹는 조리법이 알려지면서,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좋게 평가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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