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한국산업은행이 대규모 자본 수혈과 대표이사 교체라는 '투트랙 카드'를 꺼내 들며, 자회사인 KDB생명보험(KDB생명)의 일곱 번째 매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이 같은 경영 체질 개선이 매각 성사로 이어질지의 여부에 쏠리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산업은행)은 1월 중으로 이사회를 열고 KDB생명의 매각 안건을 논의한 뒤, 다음달 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산업은행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매각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의 KDB생명보험 매각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애서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2014년부터 꾸준히 재매각을 시도했으며 이전이 일곱 번째 시도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KDB생명의 낮은 재무 건전성으로 안해 매각이 무산된 점을 감안해, 올해는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체질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인적 쇄신에 나섰다.
KDB생명은 김병철 수석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돤 감병철 수석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20년 이상의 영업 경력을 갖춘 '영업통'으로 불린다. 그는 1999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한 뒤 메트라이프생명에서는 GA 영업 총괄 본부장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에서는 채널전략부문장과 신채널본부 총괄을 지냈다. 이후 AIA생명 영업채널 총괄과 푸본현대생명 전략영업본부 총괄을 거쳐 지난해 3월 KDB생명에 합류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김 내정자를 다양한 영업 채널을 거친 실무형 인물로 평가하며, KDB생명의 체질 개선과 영업 경쟁력 강화에 적합하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관료·정책금융 출신이 대표직을 맡아온 기존의 흐름과 달리, 실무형 인물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 완전자본잠식 속 재매각 시도…"수익성·건전성 회복 시험대"
영업 전문가인 김병철 부사장을 대표로 내정한 것은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와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둔 인사다. 다만 대주주의 매각 의지와는 별개로 이를 위해선 수익성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매각 성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갖게 된다.
특히 재무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각 추진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손실은 289억원으로 2024년 동기(13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183억원으로 2024년 동기(27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총자산은 17조3056억원이며 이는 2024년 동기(17조9480억원) 대비 6424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기간 KDB생명의 자본은 –1017억원으로, 2024년 동기(966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됐다. 운용자산이익률은 2.67%로 2024년 동기(3.00%) 대비 0.33%포인트 낮아졌다. 금리 변동에 따른 구조화채권 평가손익 악화와 수익증권 기준가 하락 등이 운용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률은 -1.18%를 기록해 2024년 동기의 3.31%에서 4.49%p 급락하며 적자 전환했다. 총자산수익률(ROA) 역시 -0.22%로 집계돼 2024년 동기(0.10%) 대비 0.32%포인트 하락했다.
건전성 지표 역시 하락세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경과조치 적용 후 165.2%로, 2024년 동기 대비 14.3%포인트(p) 하락했다. 다만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는 43.5%로 2024년 동기 대비 22.8%p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 평가손익 악화와 수익증권의 하락으로 KDB생명의 수익성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단순한 자본 수혈을 넘어 건전성 회복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 구축이 매각 성사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단기적으로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 건전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30일, KDB생명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증자 이후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97.65%에서 99.66%로 확대됐다. 산업은행은 올해도 3000억~5000억원 수준의 추가 증자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총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이뤄질 경우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킥스가 120%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상품·조직·IT 전면 손질…KDB생명, CSM·제3보험 앞세운 턴어라운드
산업은행 박상진 회장에게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와 매각은 임기 내 핵심 과제로 꼽힌다. KDB생명은 중장기적 매각을 염두에 두고 사업 구조 재편과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만큼 선제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조직 및 IT 전반의 구조 혁신이 성과로 이어질 경우, 재무 부담 완화는 물론 향후 매각 추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KDB생명은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를 목표로 상품 포트폴리오와 조직 재편에나서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작업에 착수했다.
KDB생명은 수익 구조 안정화를 목표로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상품별 수익성과 위험 구조를 정밀 분석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급변하는 보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제3보험을 주력 성장축으로 삼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분기에는 제3보험 전담 조직을 신설, 상품 개발부터 판매와 성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상품·영업·마케팅·언더라이팅·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개선 과제를 단계별로 구분하고, 부서별 역할과 실행 계획을 명확히 했다.
특히 김병철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3월 KDB생명에 합류한 후 건강보험 중심의 제3보험 확대를 통해 CSM 축적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에는 통합 건강보험 상품 (무)KDB라이프핏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 이후 성과에 이르기까지 전사적 관리 체계를 정비하며 수익성 검증과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조직관리 측면에서는 지난해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자원 활용과 부서 간 연계를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변화혁신실을 신설해 경영 현안 대응력과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전문 인력 보강과 IT 인프라 고도화를 병행하며 실행 중심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KDB생명 관계자는 "견고한 영업기반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성장체계를 강화하고 고객 중심의 보험가치를 실현하는 책임 있는 보험사로 나아가겠다"며,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도 고객 신뢰를 지키며 한층 성숙한 경영 역량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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