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에 개입한 미국의 역사…'자카르타가 온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로스트 킹덤 =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지미 카터 정부 시절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4년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가 없는 러시아는 더 이상 제국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를 매수하고 복속시키는 순간 러시아는 자동적으로 제국이 된다"고 썼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사 권위자인 하버드대 에드워드 키넌 교수는 만일 소련 붕괴가 러시아 제국의 해체를 의미한다면 이것은 필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십 년 후 키넌 교수의 전망은 현실이 됐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이어 2022년에 재침공했다.
사실 우크라이나를 차지하려는 러시아의 욕망은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스크바 대공은 칭기즈칸 후예로부터 독립해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지역 등에 흩어져 있던 '루스'(RUS)들을 통합해 나갔다. 루스는 동슬라브 일대에 있었던 슬라브 공동체의 명칭이다. 애초에는 이 지역 지배계급이었던 바이킹들을 의미했다가 민족을 지칭하는 용어로 확장됐다. 오늘날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모두 루스의 후예라고 주장한다.
루스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며 정통성이 있는 곳이 '키이우 공국'이었다. 모스크바 공국의 지배자는 키이우 대공의 방계 중 한명이었다. 변방에 있던 모스크바 대공 이반3세는 다른 루스들을 격파하면서 자신이 몽골의 침입으로 실질적으로 멸망한 키이우 공국의 적통을 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루스를 통합하면서 러시아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러시아제국의 600년사를 추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소러시아), 벨라루스(백러시아)를 포괄하는 범(汎)러시아를 오랫동안 꿈꿨지만, 이들 국가는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원했다. 저자는 범러시아 민족이라는 개념이 하나의 안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제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재정의되어야 했던 불안정한 구성물이라고 설명한다.
글항아리. 568쪽.
▲ 자카르타가 온다 = 빈센트 베빈스 지음. 박소현 옮김.
책의 원제인 '자카르타 메소드'(The Jakarta Method)는 1965년에서 1966년 사이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량학살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수하르토가 이끈 인도네시아 군부는 공산 세력 근절이라는 미명 아래 당시 약 1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산주의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있었다.
책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 지도자 스탈린은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이란 등 여러 나라의 공산주의 혁명 운동을 지원하길 꺼렸다. 미국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미국은 '반공'을 기치로 내걸고 각국의 군부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이 지원한 인도네시아 군부가 벌인 학살은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좌파 및 개혁 세력을 제거하는 데 성공적으로 활용됐다고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기자인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냉전 시기 이래로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반공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량 학살을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폭력의 결과 빚어진 것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라고 말한다.
두번째테제. 464쪽.
buff27@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