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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제테마 회장은 "지난 10년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병원에 파는 데 집중했던 시간"이라고 돌아보며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잘해도 매출 2000억~3000억원이 한계"라고 잘라 말했다.
김 회장은 "세계 미용·성형 시장의 50%는 미국, 30%는 중국, 나머지 20%"라며 "현재 한국 업체들은 20% 시장을 놓고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나머지 20%’가 아니라 50%인 미국을 제대로 공략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데일리는 최근 김재영 제테마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제테마의 1조 성장 비전을 들어봤다.
◇미국 톡신 L/O, 기업가치 도약하는 계기
제테마는 현재 미국 보툴리눔 톡신 라이선스 아웃(L/O)을 두고 글로벌 빅파마와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테마는 협상 중인 제약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글로벌 빅파마라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보툴리눔 톡신 미국 판권 기술수출 협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상대 쪽이 원하는 건 남들 다 가진 900kDa 분말톡신이 아닙니다. 액상 제형, 150kDa, 여기에 타입 E까지 '풀 라인업'을 한 번에 가져가겠다는 거예요. 우리는 분말-액상-타입E를 나눠서 계약하자고 하지만 저쪽은 ‘통으로 달라’는 입장이라 논의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제테마가 내부적으로 그려놓은 그림은 이렇다. 액상 톡신과 150kDa, 타입E까지 2~3개 품목을 묶어 계약금을 최소 1200억원 안팎으로 받는 구조로 짜여 있다. 임상 비용 지원까지 포함한 전체 딜 밸류는 1조원 안팎, 이후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감안하면 제테마가 미국 톡신에서만 연 5000억원 수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웅제약 나보타 미국 공급가가 1바이알당 80달러(12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빅파마와 협상에서 100달러(14만5000원) 공급가격을 확보할 수 있다면 병원 영업을 직접 뛰는 지금 구조보다 훨씬 효율적인 모델이 됩니다."
내년 상반기안에 이 톡신 L/O 계약이 윤곽을 드러내면 제테마의 기업가치와 글로벌 입지는 크게 도약할 것이라는 것이 투자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태국·일본에선 ‘프리미엄 필러’…성장은 진행형
제테마는 필러는 이미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제테마는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태국에서는 제테마 필러가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태국 파트너는 우리 필러 하나로 방콕에 건물 두 채를 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팔아주니 필러·톡신·실까지 다 맡겼죠. 태국만 놓고 보면 메디톡스가 30% 싸게 팔아도 제테마를 못 따라온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입니다. 제품력과 브랜드가 함께 인정받고 있는 구조입니다."
태국 현지에서 제테마의 에티피크 필러는 앨러간의 쥬비덤, 갈더마의 레스틸렌과 더불어 3대 명품 필러로 분류되고 있다.
제테마는 지난달 아이원에이치앤비(i-ONE H&B)와 총 199억원 규모의 의료기기(필러)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 5년으로 결정됐다. 계약 금액은 제테마의 최근 매출(685억원) 대비 약 29% 수준에 이른다.
제테마와 아이원에이치앤비의 계약은 2번째다. 태국 업체와 5년 전에 100억원 규모의 1차 계약을 했었다. 계약상대방인 태국 아이원에이치앤비가 실제 계약보다 훨씬 많이 필러를 현지에서 판매해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계약 갱신이 이뤄진 것이다.
일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의료관광 수요 증가와 함께 제테마 필러·톡신 매출은 2년 만에 2억원에서 50억원대로 뛰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3~4일 일정 중 2~3시간을 떼어 보톡스·필러 시술을 받고 가는 패턴이 자리잡으면서 현지에서는 ‘한국 의료진·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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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광주사로 여는 ‘미국 스킨부스터 0→40%’
제테마의 1조 매출 시나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으로 ‘물광주사’가 꼽힌다. 김 회장은 과거 휴메딕스 재직 시절 관절염 히알루론산 제제와 주입기(더마샤인)를 결합해 국내 물광주사 시장을 사실상 처음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그 노하우를 미국으로 가져간다.
현재 미국에는 정식 허가를 받은 스킨부스터가 단 한 품목도 없다. 대신 관절강 주사용 히알루론산 제제가 연 수천억 원 규모로 사용되고 있다. 제테마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첫 단계로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박은 한미약품의 관절염 히알루론산 주사제에 주목했다. 미국 GMP를 갖춘 국내 의료기기 공장은 단 한 곳뿐이고 여기에 미국 FDA 허가까지 받아놓고 사장돼 있던 물광주사용 기기도 한국에서 찾아냈다.
"FDA 데이터베이스를 전부 뒤져 보니 한국의 한 엔지니어가 예전에 물광주사용 장비 허가를 받아놓고 아무도 쓰지 않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찾아가서 같이 하자고 설득했고 수개월 협상 끝에 미국 독점권을 확보했습니다."
이 구도가 완성되면 제테마는 내년 3분기부터 미국에서 관절염 주사제를 솔루션으로 활용한 물광주사를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의약품 허가 없이 기존 허가 품목과 의료기기를 조합한 합리적인 오프라벨 모델이다.
"세계 필러 시장을 보면 공식 통계상 HA 필러 80, 스킨부스터 20 비율로 잡혀 있지만 사실 유럽·아시아를 뛰는 영업 현장 감각으로는 스킨부스터 비중이 40%쯤 됩니다. 미국은 스킨부스터 허가가 제로인 만큼 이 40%짜리 시장이 통째로 비어 있는 거죠. 우리가 물광주사 솔루션으로 미국 스킨부스터 시장의 일부만 열어도 최소 5000억원의 매출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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