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오는 5월 9일 만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정부 성장전략에서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방향을 잃고 있다. 중과 재개를 앞둔 ‘절세 매도’ 가능성과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유예 연장 관측이 엇갈리지만,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환경을 감안하면 세제 변화만으로 매물과 거래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거래·매물’인가, ‘표심 안정’인가
정부는 2022년 5월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왔다. 그러나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중과 재개 가능성이 다시 거론된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일부 보유자가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매도 결정부터 계약, 잔금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유예를 종료하되, 가산세율을 기존보다 낮은 10~20%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세율 일부 조정만으로 매도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유예가 연장된다면 매물 유도보다는 선거를 앞둔 표심 관리 성격이 더 강하다”며 “거래가 살아나기보다는 관망과 동결 효과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절세 매도’는 잠깐, 양도세보다 높은 ‘규제’
2022년 5월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하겠다고 밝힌 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8.5%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0.24% 하락하는 데 그쳤고, 강남·서초·용산 등 일부 선호 지역은 오히려 상승하며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됐다.
과거에도 중과 강화나 유예를 앞두고 단기 매도가 나타났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거래와 가격은 세제뿐 아니라 대출 규제, 규제지역 지정, 시장 심리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예 종료나 연장만으로 시장 방향이 바뀌지는 않았다.
현재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대출 규제가 강한 환경에서는 매물이 나와도 이를 받아줄 매수층이 제한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양도세를 80% 이상 부담하면서까지 집을 팔 이유도 없고, 팔고 나서 다시 살 수도 없는 구조”라며 “세제 변화만으로 매물 증가나 거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도 생각 없다”…불확실성이 만든 관망 장세
서울 서초구의 한 다주택자는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유예가 끝난다고 해도 큰 세금을 감수하며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며 “차라리 상속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 후 다시 매수하려 해도 취득세 부담이 커 선택지가 사실상 막혀 있다”고 덧붙였다.
세제 방향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주택자는 매도 시점을 늦추고, 실수요자는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막혀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지자, 시장은 거래 없이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책 신호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의 양도소득세율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며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이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 중과는 이와 반대되는 정책”이라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세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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