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무역 갈등과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예상보다 단단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은행(World Bank·WB)이 13일(현지시간) 기자단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성장률은 2.6%로 전망되고, 내년 성장률은 2.7%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중반 전망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번 상향 조정의 상당 부분은 미국 경제에서 비롯됐다. WB는 "2026년 전망 상향분의 약 3분의 2가 미국의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 그림은 밝지 않다. WB는 현재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2020년대는 1960년대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가장 낮은 10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성장 둔화는 국가 간 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WB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선진국 대부분은 1인당 소득이 2019년 수준을 넘어섰지만, 개발도상국은 4곳 중 1곳이 여전히 2019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글로벌 회복세가 균등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WB는 작년 경제 성장 배경으로 정책 변화에 앞서 나타난 교역 급증과 글로벌 공급망의 신속한 재편을 꼽았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WB의 분석이다. WB는 올해의 경우 교역과 내수 둔화로 성장세가 약해질 것으로 봤다. 다만, 글로벌 금융 여건 완화와 일부 선진국의 재정 확장이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 측면에서는 노동시장 둔화와 에너지 가격 하락을 반영해 2026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6%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WB는 ‘회복탄력성’과 ‘성장 동력’ 간 괴리에 대해서는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인더미트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 경제가 정책 불확실성에는 점점 더 잘 견디지만, 성장 창출 능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공공재정과 신용시장의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민간 투자와 무역의 과감한 자유화, 공공지출 관리, 신기술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도상국 성장세도 주춤할 전망이다. WB는 개도국 성장률이 2025년 4.2%에서 2026년 4%로 0.2%포인트 낮아졌다가 2027년에는 4.1%로 소폭 회복할 것으로 분석했다. 저소득국은 2026~2027년 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도국 전체 1인당 소득증가율은 2026년 3%에 그쳐 과거 평균보다 1%포인트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개도국 1인당 소득은 선진국의 약 12%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WB는 향후 10년간 개도국에서 12억명의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점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해법으로는 △물적·디지털·인적 자본 확충 △정책 신뢰와 규제 예측 가능성 제고 △민간 자본 대규모 동원 등을 제시했다. WB는 "이를 통해 개도국 12억명의 청년 노동자는 저생산성·비공식 고용에서 벗어나 보다 생산적이고 제도권의 일자리로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정 여건 악화도 주요 변수다. 세계은행은 신흥·개도국의 공공부채가 반세기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재정 운용에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는 ‘재정준칙(fiscal rules)’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정준칙은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정부지출, 세입 증가율 등에 일정한 상한선을 두는 제도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재정이 과도하게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현재 개발도상국의 절반 이상이 이 가운데 최소 하나의 재정준칙을 도입한 상태다.
WB는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는 5년 후 재정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1.4%포인트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평가하면서도 "규칙 자체보다 제도 설계의 정교함과 집행력, 그리고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 파고를 넘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격차 해소라는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성장의 ‘속도’보다 ‘질’과 ‘구조’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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