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산업이 15년 만에 최저 생산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내수 부진, 글로벌 공급 과잉, 고율 관세, 탄소 규제까지 겹치며 철강업계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를 초당적으로 통과한 'K-스틸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기구 국회 농해수위위원장은 13일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대담에서 "지금이 철강 70년 역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K-스틸법 제정의 배경과 향후 과제를 상세히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철강포럼 공동 대표도 맡고 있는 어 위원장에게 철강 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매서운 질문을 날렸다.
철강포럼은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 산업계, 학계, 정부가 함께 정책과 대안을 논의하는 국회 차원의 연구단체다.
K-스틸법을 국내 산업 현실을 극복하고자 철강산업을 독자적인 지원 대상으로 법제화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글로벌 과잉·관세·탄소 규제… 철강은 2중, 3중으로 눌려 있다"
어 위원장은 먼저 철강 산업이 처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진단했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철강 공급이 폭증하면서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50% 관세 장벽으로 수출길까지 막혔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의 탄소 규제 강화도 부담이다. 여기에 건설 경기 침체로 내수마저 얼어붙으면서 "철강을 팔 곳이 없는 상황"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그는 "나라 안팎으로 철강 산업이 꼼짝 못 하는 구조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철강은 기간산업이자 일자리의 보고…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어 위원장은 철강을 단순한 개별 산업이 아닌 국가 기간산업으로 규정했다. 건설·기계·우주항공·방산·반도체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가 철강이라는 점에서, 철강 붕괴는 곧 산업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그는 "철강이 망가지면 포항·광양·당진 같은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며 "그래서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친필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철강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호소한 결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106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K-스틸법, 4개월 만에 국회 통과…"기적에 가까운 초당적 입법"
K-스틸법은 지난해 8월 발의돼 11월 정기국회 내에 통과됐다. 어 위원장은 이를 "기적에 가까운 속도"라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관 법안인 데다, 여야 관계가 극도로 경직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정쟁을 떠나 철강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 법은 철강을 독자적인 국가 지원 대상으로 법제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환원제철을 법에 담다… "2050 탄소중립의 열쇠"
K-스틸법의 핵심 중 하나는 수소환원제철이다. 기존 석탄 기반 제철 방식에서 벗어나 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공법으로, 스웨덴 SSAB가 이미 상용화에 성공했다.
어 위원장은 "철강이 바뀌지 않으면 2050 탄소 넷제로는 불가능하다"며 "미국·일본·독일 모두 정부가 대규모 R&D를 지원하며 수소환원제철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K-스틸법에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전기요금 문제, 시행령에서 풀어야 할 과제"
김 대표는 철강법 통과 이후 아쉬움이 제기 됐던 전기요금 대책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철강 기업들이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지원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어 위원장은 업계에서 아쉬움으로 꼽는 전기요금 대책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현대제철 등 대형 제철소의 전기요금 부담이 연간 조 단위에 이르지만, 특정 산업만 전기료를 감면할 경우 형평성과 한전 재무 문제가 동시에 제기된다는 설명이다.
어 위원장은 "이번에는 법에 담지 못했지만, 시행령 단계에서 산업위기 지역 지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이 철강 산업의 발목을 잡는 핵심 문제라면 정부와 끝까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K-스틸법은 두 번째 철강 부흥법"
어 위원장은 K-스틸법을 1970년대 박태준 전 회장이 주도한 '철강공업육성법'에 이은 두 번째 철강 부흥 법안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포스코 박물관에는 과거 철강공업육성법과 함께 '2025년 K-스틸법'이 전시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법은 시작일 뿐"이라며 "시행령을 제대로 만들고, 노동계·산업계·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철강 산업이 다시 국가 기간산업으로 설 수 있도록 책임지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K-스틸법은 단순한 산업 지원 법안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 과잉·탄소 규제·관세 장벽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철강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한 입법이다. 초당적 합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철강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도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법의 성패는 시행령과 실제 정책 집행에 달려 있다.
■어기구 의원은 1963년 충청남도 당진 출신으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회와 행정부를 넘나드는 정책·입법 경험을 쌓으며 산업·농업·해양 분야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충남 당진 지역구로 국회에 입성한 뒤, 21대·22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되며 3선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에서 활동하며 기간산업·식량안보·해양수산 정책을 두루 다뤄 왔다. 현재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농업·수산업의 지속가능성, 식량안보 강화, 지역 균형 발전을 핵심 의제로 삼아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조정 능력과 현장 밀착형 문제의식으로, 최근에는 철강포럼 공동대표로서 K-스틸법 제정 과정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정책 추진력을 보여줬다. 지역구인 충남 당진을 기반으로 산업과 농어업, 지역경제를 동시에 이해하는 입법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충청권을 대표하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어기구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 상임위 만남 특집 인터뷰 철강 부문 전문]
▲ 김능구> 조금 전에 철강포럼 대표를 하고 계시다면서 K-스틸법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국내 철강 생산량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국내 수요가 줄고, 관세 부담 등으로 해외 수출도 부진하다. 그래서 위원장님께서는 K-스틸법을 이런 국내 산업 현실을 극복하고자 철강산업을 독자적인 지원 대상으로 법제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다들 평가하고 있다. K-스틸법이 아까 말씀하셨지만 초당적으로 발의되고 빠르게 통과되지 않았는가? 그 배경과 원인에 뭐가 있다고 보는가?
△ 어기구> 국회가 여야가 매일 싸우고 이런 모습만 우리 국민들께 보여드리는데 K-스틸법은 정말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만든 아주 대표적인 법이다. 무려 106명의 국회의원들이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같이 발의해 줘서 만들어진 법이고, 그만큼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어렵다. 철강의 역사 70년 역사 중에 요즘이 가장 어려울 때다. 철강포럼을 만들어서 분기마다 한 번씩 세미나 하고, 철강인들을 만나서 계속 얘기를 들어보고 하는데 우리나라 철강 역사 70년 사 중에 이렇게 어려운 때가 없었다는 거다. 왜냐하면 지금은 글로벌 과잉 공급이다. 지금 중국, 인도 해서 철이 엄청 나온다. 전 세계 철강의 반을 중국에서 생산해 낸다. 그러다 보니까 저가 철강 공세가 있다. 두 번째는 잘 아시겠지만 트럼프의 50% 관세 폭탄, 이건 수출이 안 된다. 그다음에 친환경 규제, 탄소 2050 넷제로 한다고 그래서 유럽연합이라든지 나라별로 친환경 규제가 엄청나게 세다. 그다음에 내수 경기도 바닥이 나서 건설 경기 이런 게 안 좋다. 그러니까 내수도 철강을 어디 팔아 먹을 데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라 안팎으로 2중, 3중 끼어서 철강산업이 꼼짝을 못 한다.
▲ 김능구> 철강은 기간산업인데.
△ 어기구> 기간산업이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일자리의 보고다. 철강이라는 게 망가지면, 철강이야말로 그야말로 기간산업인데 철강이 안 들어가는 데가 어디 있는가? 건설, 기계, 우주항공, 아까 얘기했지만 방산, 반도체니 어디니 다 철강이다. 그런데 이 철강을 기간산업이 망가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망가진다. 그래서 그런 위기의식을 제가 300명 우리 국회의원들한테 다 친서를 보냈다, 친필. 우리 철강산업이 망가지고 있다, 큰일이다. 정부가 나서야 된다, 이렇게 해서 제가 친필로 다 보내서 거기에 동의한 사람이 106명, 그래서 우리가 같이 공동 발의해서 지난 8월에 발의해서… 원래는 9월 정기국회 초에 이걸 통과시키려 했다.
그런데 여야가 워낙 사이가 안 좋으니까. 또 이게 산업위 소속이다, 이 법안이. 철강이라는 게 산업위 소속. 또 산업위원장이 국민의힘이다. 그러니까 회의를 안 여는 거다. 그래서 9월에 통과시키려고 그랬었는데 못 하고, 11월에 했다. 그래도 정기국회 내에 한 거다. 그러니까 이게 워낙 큰 법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8, 9, 10, 11월, 4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은 기적적이다. 그래서 지금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이제 시작이다. 또 시행령이라든지 이런 게 할 게 많다. 이런 것들도 차근차근. 우리 포럼에 다 불러서 듣는다. 노동계 얘기도 듣고, 산업계 얘기도 듣고, 전문가 얘기도 듣고, 이렇게 해서 시행령을 잘 만들어서 우리 철강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다시 또 설 수 있도록 제가 책임지고 앞장서서 하겠다.
▲ 김능구> 우리나라에는 포항, 당진, 광양. 이 세 군데가 현재…
△ 어기구> 맞다.
▲ 김능구> 위원장님이 지역구이신 당진에는 지금 현대제철.
△ 어기구> 현대제철에서 2만 명이 일을 한다. 가족까지 합치면, 그러니까 당진 시민 거의가 다 현대제철로 먹고 산다. 현대제철이 망가지면 당진 경제가 망가지고 또 현대제철뿐만 있는 게 아니라 당진은 동국제철, KG스틸, 휴스틸 한일철강, 완전 철강 OOO다. 거기서 먹고 사는 운송부터 해서 하역, 거기 내부 수리하는 사람들, 일용직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전후방 효과가 있다, 철강이라는 게. 그래서 이게 망가지면 포항뿐만 아니라 광양, 당진이 다 작살 난다. 그래서 국가 기간산업을 우리가 잘 지켜야 되고 또 일자리의 보고인 철강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야 될 때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철강이 그동안은 탄소, 석탄을 떼서 철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수소를 떼서 철을 만드는 시대가 온다. 수소환원제철 공법이라고 그러는데 수소환원제철 공법이 스웨덴에서 성공했다. 상용화가 됐다. SSAB라는 제철소에서 철기시대 이후로 탄소를 떼서 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수소를 떼서 철을 만들어서, 그야말로 친환경 발전소다. 이걸 만들어서 볼보라든지 자동차 공장 이런 데다가 철을 납품하고 있는 걸 내가 직접 가서 보고 왔다, 스웨덴에 가서. 그래서 그 공법을 우리도 개발해야 된다. 그래야 2050 탄소 넷제로를 이룰 수 있다.
철강산업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탄소 넷제로를 절대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도 선진국, 미국, 일본, 독일도 마찬가지고 지금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상용화시키려 한다, 이게 미래 먹거리니까. 엄청난 R&D를 정부가 지원해 주고 그런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이번 철강 스틸법에 그런 걸 내가 담은 거다. 그런 것까지 다 담아서 정부가 대통령 책임하에 이런 수소환원제철 공법이라든지 그다음에 중국에서 밀려 나온 저가 철강을 막는 방법, 이런 것까지 우리가 다 제도화시켜서 그야말로 우리 철강산업을 부흥시키고, 다시 재도약시키자는 생각을 가지고 철강의 K-스틸법, 거대한 부분을 만든 거다. 1970년대 박태준 사장이 철강공업육성법을 만든 이후로 이게 두 번째, 어기구가 만든 2025년도에 만든 K-스틸법이 두 번째로 중요한, '대한민국 철강을 일으켜 세울 두 번째 법이다.' 그래서 포스코에 가면 박물관이 있다. 거기에 70년대에 만들었던 철강공업육성법, 지금 어기구가 만든 '2025년의 K-스틸법' 해서 박물관에 그걸 딱 기록해 놓고 전시해 놓고 있다.
▲ 김능구> 딱 보니까 우리 위원장님이 철강맨 포스가 있다. 그런데 K-스틸법이 법은 통과됐는데 업계 시각에는 아쉬운 부분도 많다는데 그중에서 이야기하는 게 전기요금 대책이 빠진 데 실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저희들이 좀 들었다. 전기료 감면 같은 비용 구조 개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불만인데 모든 산업에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대통령도 늘 걱정하던데 이건 어떤가?
△ 어기구> 맞다. 현대제철도 연간 전기요금으로 내는 돈이 조 단위다. 어마어마한 전기요금이 들어가는 거다. 그런데 이것만 이를테면 반값으로 해 준다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전기라는 것이 철강산업만 해줄 수 있는가? 지금 농민들도 와서 농사용 전기, 화훼농가는 겨울에 전기 엄청 뗀다. "우리 전기세 좀 깎아달라." 우리 농업단체도 마찬가지다. 하우스 농업 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이 와서 다 전기세 깎아달라. 그런데 그걸 다 깎아주면 한전은 어떻게 먹고 사는가? 한전도 적자가 많다. 그러니까 각 산업별로의 형평성 문제 그다음에 산업부와 한전과의 입장들, 이런 것들이 조율이 안 돼서 이번에 법에 담지 못했는데 앞으로 시행령을 만들어야 되는데 이때 우리가 잘 살펴보고, 전기세가 한국 철강산업의 발목을 잡는 정말 큰 문제라면 저희들이 정부하고 잘 협상을 해서 시행령에 담고 또 산업위기 지역이라고 지금 공포하고 있는데 이런 것도 공포해서 많은 지원이 갈 수 있도록, 이제 시작이다.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시행령에 잘 담아보도록 하겠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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