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1년 정도 야간근로를 했더니 배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생리불순에 하혈까지 생겨서 병원에 갔더니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아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어요. 산재 처리해 달라는 말은 해보지도 못 했어요. 병가도 유급으로 해주지 않는 곳이거든요."(1366 서울센터 상담사 A 씨)
"일하면서 얻은 수면장애를 어떻게 해도 다스릴 수 없어서 항상 졸린 상태로 일하고 있어요. 수면제를 처방받으러 갔더니 의사가 '매일 같은 시간에 먹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워낙 근무시간이 불규칙해서 수면제가 의미 없어요. 또 작년에는 지방간이 생겼어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피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고 식단 관리를 하는데도요."(1366 서울센터 상담사 B 씨)
위기 여성을 가장 먼저 상담하는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사들이 야간노동과 갑질에 시달려 피해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나왔다. 상담사들은 1년에 10여 명씩 퇴사하는 등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상담 전화를 받는 인원이 없을 정도이지만, 지자체와 정부, 재단 그 누구도 사태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1366 서울센터 상담노동자들은 12일 서울 동작구 서울센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성평등가족부, 수탁기관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1366의 피해자 지원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상담사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상담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1366 서울센터 상담사들은 현재 근무일 기준 3일에 한 번, 한 달에 7~8회 꼴로 야간 업무(오후 10시부터 아침 8시)를 하고 있다. 24시간 위기 여성의 상담 및 지원 업무를 맡는 1366 특성상 3교대로 야간 상담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야간 업무를 마치는 상담사들은 다음 날 오전 7시 30분 다시 센터에 출근해 오전 상담 업무를 시작한다. 하루 남짓한 시간 동안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하지만, 불규칙한 근무시간 탓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로 다시 상담을 시작하기 부지기수다.
이런 업무 환경은 상담사들의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다른 사회복지기관에서 1366으로 이직한 상담사 A 씨는 근무 1년 만에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고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1366에 취업한 B 씨는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과 식단관리 등을 하고 있음에도 수면장애와 지방간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난으로 인한 업무 공백도 문제다. 현재 1366 서울센터 상담사 인원은 19명으로 정원(22명)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또한 격주~한 달에 한 번꼴로 신규 채용을 실시할 정도로 퇴사율이 높다. 상담 인원 공백은 위기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응답이 없거나 다른 지역 상담센터에 업무가 떠밀리는 등 피해자 지원체계가 무너지는 문제로 이어진다.
서울센터의 인력 공백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설명에 따르면, 서울센터는 최소 매해 십수 명의 상담사들이 계약 종료 및 퇴사로 현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신규 채용 시에도 상담사들을 계약직(1년)으로 채용해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상사의 갑질 또한 상담사들을 이탈하게 만드는 주요 이유라는 호소도 나온다. 서울센터 퇴사자들이 기업리뷰 플랫폼 '잡플래닛' 남긴 근무 소감에는 "기관장에게 굽신거리지 않으면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에 제정신으로 일할 수가 없음", "기관장의 폭언, 갑질이 심함.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도 처벌받을 정도의 수위임. 모두 계약직만 채용해서 센터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다 보니 아무도 신고하지 못하는 듯함" 등 센터장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이 여럿 등장한다.
실제로 이곳 상담사들은 2023년, 2024년, 2025년 세 차례 서울시에 인권침해 및 위법행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폭언 등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시와 성평등가족부, 수탁기관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찾아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터장이 오전에 출근하면 직원이 문을 열어줘야만 하고, 출퇴근 시 센터장에게 찾아가 '문안인사'를 해야 하는 등의 악습이 남아있다는 게 상담사들의 주장이다.
상담사들은 시와 성평등가족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책임지고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주요 요구사항은 △한 달에 한 번 야간근무 이후 연속 휴일 제공 △공휴일 야간근무를 마쳤을 경우 대체휴무 보장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 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 보장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다.
A 씨는 "1366 상담사들의 건강권과 인권을 지키는 일은 곧 여성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회복을 지키는 일"이라며 "1366 3교대가 더는 여성 상담사들의 몸과 삶을 소진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자부할 수 있는 공공안전망 모델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B 씨도 "상담사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더 나은 길"이라며 "상담사의 노동권 보장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난영 1366 서울센터 센터장은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한 <프레시안> 질의에 "인터뷰를 받지 않고 않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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