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미래 산업 분야를 포함한 민생 분야를 비롯해 공급망 등 경제 안보와 마약·스캠(사기) 등 초국가범죄 대응 등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또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 수습을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협력하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과거사 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논의된 셈이다.
반면 일본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문제는 공동 언론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이 가입하는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나라현에서 90분가량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오후 2시3분 소인수 회담을 시작해 3시37분께 확대 회담을 마쳤다. 양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놨다.
두 정상은 이날 한일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경제 분야에선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국제규범 형성까지 포괄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과 지식재산 보호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실무협의도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 정세와 통상질서는 유례없이 요동치고 있으며, AI를 비롯한 기술 혁신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의 깊이를 더하고 그 범위를 넓혀 나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분야에서는 양국이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이러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 당국 간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문제도 논의됐다. 양국은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당국 간 실무 협의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에 있는 해저탄광으로 1942년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 등 모두 183명이 숨진 곳이다.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 문제에서 일본의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면서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에서 발견된 유해 관련 DNA 감정 협력을 위해 양국 간 조정이 진전되고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은 대북 정책에 있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고, 이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뜻을 함께했다"며 "저는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초국가 범죄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경찰청이 주도해 발족한 국제공조 협의체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양국 간 공조를 뒷받침할 합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위협이 되는 초국가 범죄 해결에 한일 양국이 공동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적 교류와 관련해서는 청년 세대 교류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은 출입국 절차 간소화와 수학여행 장려를 비롯해 현재 IT(정보기술) 분야에 한정된 기술자격 상호인정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 장소인 나라현에 대해 "1500여 년 전 교류가 시작된 곳"이라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 한일정상회담이 보여주듯, 병오년 새해는 지난 60년의 한일 관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양국 정상은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 문제 공동 대응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뜻을 모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을 의식한 듯 한일 협력 및 관계 발전에 주안점을 두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양국을 둘러싼 전략 환경이 갈수록 엄중해지는 가운데 일한·일한미 간 연대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일한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양국이 지역의 안정에 있어 연대해 역할을 수행해야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한·일한미 간 안보협력을 포함해 전략적 공조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이 대통령님과 저의 리더십으로 양국 관계를 크게 발전시키고 아울러 일한미 3국 간의 협력도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특히 경제안보 분야에 대해 "전략적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간 논의를 심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그 가운데 공급망 협력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일 갈등 고조 속에 단행된 중국의 대일 수출 통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본의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치 수출 규제에 맞서 희토류 등 핵심 희귀광물에 대해 수출 허가·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또 "납치 관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대통령께서 강력히 지지해 주신 데에 대해 감사하다"며 "이번 대통령님의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올해가 양국 관계가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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