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장애인 활동가 두 명이 전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출근길 선전전이 2021년부터 진행돼 오면서 장애인 활동가들이 집단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조사 대상이 10명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학인 활동가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날(12일) 전장연 활동가 2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장연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박초현 활동가(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와 신체장애인 허종 활동가는 12일 오전 11시께 조사에 들어가 오전 12시 15분쯤 조사를 마쳤다.
동행인으로 조사에 참여한 이 활동가는 “한 명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여서 관련 법에 따라 조력인이 동석해 조사를 받을 수 있고, 다른 한 명은 뇌병변장애인 당사자로 의사 표현을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해 동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활동가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지하철 관련 행동을 두고 ‘어떻게 모여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됐는지, 왜 하게 됐는지’ 등 경위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는 “조직적으로 공모했다는 전제를 두고 물어보는 질문과 선전전 참여 경위와 과정에 대한 자세한 질문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전장연 측은 이번 조사가 “기존 다수 활동가를 대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이 활동가는 “조사 과정에서 활동가들의 신원을 파악해 ‘이 사람을 아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조사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했다.
연이은 고발도 조사 확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 활동가는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보수단체 등의 고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서에서 파악 가능한 범위는 대부분 조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는 흐름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는 본보에 “조사를 받은 두 명의 활동가는 사전에 경찰과 일정이 조율돼 빠르게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 남은 활동가들은 다른 날짜를 받아 별도로 조사를 받자고 협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한꺼번에 10명이 경찰을 조사를 받게 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길음역에서 지하철을 탑승했던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에서 집중적으로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 12일 서울 혜화경찰서 앞에서 ‘서울경찰청 표적수사 규탄 및 합동 출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경찰을 규탄한 바 있다. 박경석 상임대표를 포함한 전장연 활동가 10명은 지하철 탑승 시위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등으로부터 수차례 고소·고발당해 왔다.
이들은 2021년 12월 3일부터 ‘장애인의 이동권과 탈시설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선전전과 탑승 시위 등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복원, 최중증장애인노동자 해고 철회 촉구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선전전에 나서기도 했다.
전장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경찰이 활동가 10여 명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일정 조율 뒤 출석하겠다는 뜻을 이미 전달했는데도 출석요구서가 반복 발송됐고 체포영장 신청 가능성까지 거론됐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이를 두고 “장애인운동을 ‘불법’ 프레임에 가두려는 조급한 표적수사”라고 비판했다.
조사를 앞두고 있는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이수미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다음주면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000일을 맞이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에 의해 폭력의 강도가 심해졌음에도 우리는 그 자리를 지켰다”면서 “그 이유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실현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 공동대표는 “정말 죄를 지었다면 마땅한 벌을 받겠다. 그런데 권리가 외친 것이 죄라면 차별과 배제를 만든 국가와 정부, 서울시는 어떤 벌을 받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한편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1000일을 맞아 오는 19일 오전 8시 4호선 혜화역 동대문역 방면 승강장에서 오 서울시장과의 만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과의 협의로 오는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승을 유보하기로 한 만큼 선전전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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