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1993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31년간 대한민국 대중의 아침과 저녁을 책임졌던 황정민 전 아나운서가 신간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미래엔)을 출간했다. 2024년 정든 마이크를 내려놓고 명예퇴직한 그가 내놓은 세 번째 저서이자, 평생의 업(業)이었던 ‘말(語)’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말을 무기로 살아온 전문가가 전하는 비법은 의외로 담백하다. 화려한 수식어나 화법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멈춤(Pause)’과 ‘경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상대의 이야기가 끝나고 약 2초간 틈을 두는 ‘퍼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조절해 진심을 전달하게 돕는 ‘의도를 담은 침묵’이다. 책 속에는 아들 친구와의 대화에서 멈춤 없는 칭찬이 얼마나 영혼 없이 들릴 수 있는지를 깨달았던 소소한 일화가 담겨 대화의 리듬이 갖는 힘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책 속에는 KBS 선배인 이금희 아나운서의 사례도 등장한다. 별다른 기교 없이 인사말만으로도 청중을 사로잡는 성공적인 진행의 이면에는, 상대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태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경청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대화의 기술이며, 말은 결국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임을 역설한다.
황 전 아나운서가 내린 결론은 결국 ‘자신을 돌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내면의 꽃밭을 가꾸는 ‘리추얼(Ritual, 의식)’이 선행돼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말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 없이 온전히 식사에만 집중하는 시간처럼, 자신에게 정성을 들이는 반복된 습관이 결국 행복한 대화의 밑거름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KBS 아나운서실의 ‘3분 스피치’ 요령이나 호흡법 등 실용적인 팁도 포함하고 있지만, 딱딱한 이론서에 머물지 않는다. 이화여대 학보사 기자 출신다운 저자의 탄탄한 문장력은 일상 속 말 한마디의 무게를 한 편의 수필처럼 유려하게 풀어낸다.
황정민 저자는 "말 한마디로 위로받고 상처받는 우리 삶에서,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은 결국 나와 타인의 행복을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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