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부처 된 지하 주차장…건설업계 ‘로봇·AI’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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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승부처 된 지하 주차장…건설업계 ‘로봇·AI’ 경쟁 치열

이데일리 2026-01-13 17:13: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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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아파트 상품 경쟁의 초점이 지상에서 지하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차량을 보관하는 부대시설로 여겨졌던 지하주차장이 로봇과 인공지능(AI), 친환경 디자인을 결합한 생활 서비스 공간으로 재정의되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앞다퉈 지하공간 혁신에 나서고 있다. 입지와 평면 중심의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체감도 높은 지하주차장이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의 통합 승하차 구역 ‘웰컴 콩코스(Welcome Concourse)’ 투시도.(사진=롯데건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전날 공개한 지하공간 특화 모델 ‘라이브 그라운드(LIVEGROUND)’는 주차장 진입부의 승하차 구역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된다. 차량을 세우면 로봇이 짐을 실어 커뮤니티 라운지까지 자동으로 운반한다. 출입구 인근에는 지상 조경과 연계한 카페형 공간을 배치했다. 지하 카페는 운전자가 단지 진출입 시 차량에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와 연계했다. 롯데건설이 향후 수주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해당 모델이 적용된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서울 성수4지구 재개발 사업에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지하주차장을 단순한 ‘통과 공간’이 아닌 ‘서비스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기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동선이 길고 폐쇄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건설사들은 이 공간이 입주민이 자주 마주하는 생활 접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출퇴근이나 장보기, 자녀 이동 등 일상 동선의 시작과 끝이 대부분 지하주차장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 공간에서의 경험이 아파트 전반의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술을 앞세운 지하주차장 경쟁은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은 인공지능(AI) 기반 주차 관제·유도 시스템을 적용한 ‘래미안 AI 주차장’을 선보였다. 입주민의 주차 패턴을 학습해 선호 위치를 추천하고 방문 차량에는 최적의 이동 경로와 주차 위치를 안내한다. 전기차 충전 시스템도 주차 관제와 연계해 자동 인증과 요금 관리까지 통합 운영된다. 주차 위치 확인과 출차 동선 안내는 세대 내 월패드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삼성물산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공급한 ‘래미안 원페를라’에 첫 도입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수주한 강남구 개포우성7차에도 이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래미안 AI 주차장’ 입출차 사이니지.(사진=삼성물산)


현대건설(000720)은 로봇 기술을 접목한 무인 발렛 주차 시스템으로 또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운전자가 지정된 픽업존에 차량을 두면 로봇이 차량 하부로 진입해 바퀴를 들어 올린 뒤 최적의 주차 공간으로 이동·정렬하는 방식이다. 센서 기반 정밀 제어 기술을 적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주차가 가능하고 별도의 대규모 구조 변경 없이 기존 자주식 주차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간 활용 효율을 높일 수 있어 도심 고밀 단지에 적합한 모델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올해부터 신규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아파트 리뉴얼 사업에 해당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차별화하는 사례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연 채광과 조경 요소를 접목한 ‘더샵 바이오필릭 지하주차장’을 통해 지하공간에서도 자연을 체감할 수 있는 설계를 2022년 일찌감치 선보였으며 이후 일부 분양 단지에 해당 서비스를 적용했다. 물류·생활 로봇 이동을 고려한 동선 확보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함께 적용했다.

건설사들이 지하주차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아파트 상품성 경쟁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기본형 건축비 제도, 경관 규제 등으로 외관이나 마감재를 통한 고급화에 한계가 생기자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고 체감도 높은 지하공간으로 차별화 전략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하주차장은 입주민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과 수요자에게도 직관적으로 비교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수주 경쟁의 핵심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 주차 대수 확보를 넘어 로봇 서비스와 스마트 주차, 친환경 설계 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경쟁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러한 흐름이 점차 일반 단지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와 평면 중심의 아파트 경쟁이 한계에 이르면서 건설사들은 입주민이 매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며 “지하주차장은 기술을 접목했을 때 효과가 가장 빠르게 드러나는 영역인 만큼, 향후 로봇·AI 기반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포스코이앤씨 ‘더샵 바이오필릭’ 지하주차장.(사진=포스코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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