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과거 완성차 중심의 일방적인 수직적 협력 구조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파트너들과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수평적 협업 체계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3M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가해 개발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과 소재 역량을 결합한 접근법을 통해 종합 소재기업으로서 자동차 산업 내 역할을 한층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CES에서 혁신 기술로 주목받은 ‘3M 디지털 머티리얼즈 허브(Digital Materials Hub)’는 3M이 축적해온 소재 전문성과 직접 연결해 설계·시뮬레이션·검증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앞당기는 플랫폼이다.
자동차 개발에서 기능성 소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차체 경량화, 배터리 안전성, NVH(소음·진동·불쾌감) 저감, 디스플레이 대형화 등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문제는 소재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기존 방식에서는 시제품 제작과 물리 테스트를 반복해야 했고, 이는 곧 개발 지연과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3M 디지털 머티리얼즈 허브는 이 과정을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전환한다. 엔지니어는 플랫폼에 접속해 3M의 접착제와 소재를 검색하고, 검증된 소재 데이터 카드(Material Data Card·MDC)를 내려받아 즉시 모델링과 해석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 팩을 개발하는 완성차 업체는 셀 고정용 접착제, 열전도 소재, 난연 소재 선택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에 직면한다. 디지털 머티리얼즈 허브를 활용하면 배터리 모듈 구조에 맞춰 접착제 후보를 필터링하고, 열전도율·탄성·충격 응답 특성을 시뮬레이션 모델로 비교한 뒤 충돌이나 열폭주 상황을 가상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할 경우 플랫폼 내 전문가 지원 요청 기능을 통해 3M 소재 엔지니어와 직접 협업도 가능하다. 단순한 납품 관계를 넘어 공동 설계 파트너십에 가까운 구조다.
최근 자동차 실내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파노라마 글래스가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빛 반사, 열 유입, 구조 강성 문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결돼야 한다. 3M의 광학 필름과 접착 소재 데이터가 디지털 머티리얼즈 허브를 통해 제공되면서, 자동차 디자이너와 구조·광학 엔지니어는 초기 콘셉트 단계부터 소재 특성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인 변경으로 인한 후반부 재설계 리스크를 크게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알루미늄, 복합소재, 고장력강이 혼합된 차체 구조에서는 용접보다 접착제가 핵심 역할을 한다. 디지털 머티리얼즈 허브를 활용하면 차체 구조 해석 모델에 검증된 접착제 물성 데이터를 직접 적용해 강성, 충돌 안전성, 내구 수명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실험 결과를 기다리는 개발에서,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방향을 결정하는 개발로 전환하는 셈이다.
3M은 이번 행사에서 CES 모빌리티 스테이지 패널 토론에 참가해 이러한 기술의 구체적인 효용성을 제시했다. 드리타 로겐벅 3M 교통·에너지 부문 사장은 “3M 디지털 머티리얼즈 허브는 엔지니어가 필요한 순간에 신뢰할 수 있는 소재 정보를 즉시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통합 플랫폼”이라며 “워크플로를 단순화하고, 3M이 축적해온 소재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3M-한국 자동차 업체들 협력 활발
배터리·디스플레이 핵심 분야 논의
미국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3M은 한국 자동차 업체들과도 다양한 소재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미 맥러플린 3M 첨단 소재 및 모빌리티 제품 플랫폼 총괄이 수시로 한국을 찾는 이유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을 방문해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과의 협력은 핵심으로 꼽혔다. 에이미 맥러플린 총괄은 특히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 세계적인 설계·제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이미는 “전기차 OEM들이 열폭주 발생 시 안전 요구 사항을 높이고 있어 3M은 이들과 상호 협력하며 열 관리와 비용의 균형을 맞춘 차단재를 설계한다”며 “셀 투 팩(CTP), 고에너지 밀도 등 한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로드맵에 맞춰 구조용 접착제와 절연 재료 R&D를 정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 공정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접착 기술과, 수명 종료 후 재사용·재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지속 가능한 소재 분야가 향후 한국 파트너들과 함께 혁신할 잠재적 영역”이라고 내다봤다.
에이미 총괄은 “한국 시장에서 OEM들과 열 관리 및 경량화, 디스플레이 접합, 자동화 분야에서 더 나은 솔루션을 함께 개발 중”이라며 “3M의 제품은 이미 전 세계 대부분의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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