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지난해 152억달러의 해외 수주를 달성한 국내 방위산업에 2026년은 내수와 수출 모두 변곡점을 맞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K-방산은 지난해 화려한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유럽 방산 블록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상반기까지 국정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세일즈 외교를 기대할 수 없었다.
올해 방산업계 최대 이슈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다. 작년 12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군비청과 체결한 천무 유도미사일 3차 실행계약(5조6000억원 규모)의 숨은 주역이 이재명 대통령이 특사로 파견한 강훈식 비서실장으로 알려지며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외교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K-방산 내수 시장 무기 체계의 최대 주인공은 한국형 전투기 KF-21이다. 오는 3월 KF-21 양산기 출고식이 예정돼 있고 이후 하반기 공군에 납품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작년 6월 방위사업청과 KF-21 최초 양산 잔여 20대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방사청은 2024년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F-21 최초 양산 항공기 총 40대를 2028년까지 공군에 인도하는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를 근거로 KAI는 같은 해 6월 최초 양산 20대 계약을 체결했고 1년 후 잔여 계약 체결로 최초 양산 물량 40대에 대한 계약이 모두 완료됐다.
KF-21 체계 개발사업은 공군의 퇴역 및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 운용 개념에 적합한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국가 핵심 방산 프로젝트다. KAI는 올해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공군에 인도·전력화할 예정이다.
KAI는 KF-21 체계 개발 및 양산 계약을 통해 KF-21 생산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공군의 전력 강화와 항공기 분야에서의 자주국방 실현이란 국가적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KF-21 양산기 인도는 항공산업 전문인력의 유지와 인프라 확충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KF-21 체계 개발 사업에 600여개 협력업체가 참여하고 있어 양산 착수는 협력사 매출과 고용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항공산업 생태계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내수 시장의 또 다른 이슈는 국산 이지스 구축함의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이다. 지난달 22일 방사청 방추위에서 결정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지명경쟁입찰은 방산업체로 지정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지명 경쟁을 통해 한쪽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경쟁입찰로 방향성을 잡은 KDDX 사업은 양사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을 작성해 늦어도 1분기 내 방추위에 상정하고 이후 제안요청서 작성, 입찰공고, 제안서 평가, 협상을 거쳐 연말까지 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사청은 KDDX 선도함이 2032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체적인 KDDX 전력화 일정은 후속 건조 계획 수립 시 후속함 조기 발주를 비롯해 최대한 당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전투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7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2026년 K-방산 수출의 최대 화두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구성,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최종 사업자 선정을 놓고 경쟁 중인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입찰이다.
잠수함 계약 비용(최대 20조원)과 향후 30년간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원으로 K-조선 원팀이 CPSP를 가져올 경우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은 이번 사업에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전 성능을 보유한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를 제안했고 지난해 8월 독일 TKMS와 함께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랐다. 캐나다는 오는 3월 2일까지 사업 최종 제안서를 접수하고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를 운항할 수 있다. 또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을 보유하는 등 비대칭 억제 전략을 펼칠 역량도 갖췄다.
최근 공개된 캐나다 잠수함 사업 내용에 따르면 산업·기술 혜택(ITB), 고용 창출, 캐나다 방산 공급망 통합을 비롯한 '경제적 혜택' 평가 항목이 입찰 점수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지·정비·군수지원'은 50%를 차지하고 '플랫폼 성능'은 20%에 그치면서 사실상 산업·경제적 기여도에 수주 당락이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적 혜택 항목 비중이 상당한 만큼 한국이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 방안 마련 및 제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방위산업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한국·캐나다 방산협력 확대를 위한 범정부 협업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CPSP 본질은 성능 경쟁이 아니라 자국 산업 기여와 전략적 역량 축적을 둘러싼 경쟁"이라며 "수주전의 성패는 '바이 캐나디안'(캐나다산 구매) 정책과 에너지·자원 안보 협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 방산담당관 출신인 최 수석전문위원은 이어 한국과 캐나다 간 에너지, 핵심광물, 첨단 제조 역량 등을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정부 대 정부(G2G)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도 "한국과 독일의 잠수함 성능 격차는 미미하다"며 "한국의 국가 역량 패키지를 통해 더 강력한 산업적·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절충교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안보실 주관 컨트롤타워'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KAI는 인도네시아와 6조원 규모의 KF-21 48대에 대한 공급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연내 필리핀, 아랍에미리트(UAE) 등지로부터 KF-21의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페루 육군과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에 대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한 현대로템도 올해 이행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행계약 체결 시 국산 전차의 중남미 첫 수출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페루뿐 아니라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K2 전차 3차 실행계약 체결이 예상되며 루마니아, 이라크 등 신규 시장에서 K2 전차 수주 소식을 전해올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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