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나들이
김종상
내 눈 어디 있나?
여기 있어요. 안경!
내 귀 어디 있나?
여기 있어요. 보청기!
내 이 어디 있나?
여기 있어요. 틀니!
내 지팡이 어서 가자
예, 제 손 꼭 잡으세요.
나를 지탱하는 손
나이 들면 외출 한번 하기가 쉽지 않다. 외출복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것 말고도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경도 찾아 써야지, 보청기도 귀에 꽂아야 하지, 틀니까지 끼워야 하지, 온 방안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젊은 날엔 후딱 해치웠던 일들이 왜 그리도 서툰지 모르겠다. 이 동시는 새해를 맞은 할머니의 첫나들이 모습을 보여준다. 안경에다, 보청기에다, 틀니까지 챙기느라 온 방 안을 헤맨다. 그러고나서도 챙겨야 할 게 또 있다. 지팡이다. 허약한 몸을 지탱해주는 지팡이 없이는 걸음을 떼기가 겁난다. 이 동시는 그런 일련의 나들이 과정에다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바로 ‘손’이다. 손자는 언제부턴가 할머니의 지팡이 노릇을 하고 있다. 할머니가 외출할 눈치라도 보이면 잽싸게 달려온다. 참 예쁜 손자다. 할머니는 손자가 내민 그 ‘든든한’ 지팡이를 잡고 비로소 집을 나서는 것이다. 새해다! 할머니와 손자가 보여주는 이 따뜻한 관계가 우리 사회 전체로 이어졌으면 참 좋겠다. 서로서로 듬직한 지팡이가 돼주자. 각자의 체온도 나눠주고, 마음도 하나로 모으자.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서로 지팡이가 돼줄 때 이뤄진다. 지팡이 만세!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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