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중·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실용외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날 오후 나라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발언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등을 내놓으며 중일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 개최 약 일주일 만에 열리는 회담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새해 첫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을 천명하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 주석의 일본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대체로 '중립'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본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에게 "대한민국에 있어 중국만큼 일본과 관계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직접 전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 관해 일본 입장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저로서는 그것은 중국과 일본과의 문제이지 우리가 깊이 관여하거나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용 외교'
한국은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중·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중립'을 택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강조해 온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또 영원한 규칙도 없는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하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외교 무대에서 명확한 편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든 국가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본,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러 전문가는 한국의 가장 굳건한 동맹인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하고, 한국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북한이 러시아와의 동맹을 강화하는 등 외교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 지금 실용외교 전략이 유효하다고 봤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BBC에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현재 한국으로서는 계속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며, 과거 문재인 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모호성"과 비슷하지만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외교 전략이라고 봤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중일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라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한편으로 (한국에는) 기회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 한국에 이전보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인 만큼 양자 간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실용외교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동북아 안보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모호한 입장만을 유지하는 건 단순히 문제를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중일 갈등이 중국과 일본 양자 간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라며 "갈등을 촉발한 대만해협 문제는 한국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이 일본에 가하는 (수출 제한) 조치들, 일본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과 비슷한 언급을 하는 나라가 있으면 똑같이 제한할 수 있어요. (중국이) 경제를 무기화한 건데, 이런 부분을 볼 필요가 있는 거죠."
정상회담 의제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는 경제부터 과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지식재산 보호, 인공지능(AI) 등 미래 분야를 포함해 스캠 등 초국가 범죄 대응, 사회 문제, 인적 교류 등 양국 간 민생에 직결된 분야에서 협력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도 다뤄진다. 일제 강점기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로 숨진 조선인 강제 동원 희생자들의 유해 공동발굴 등 인도적 차원의 협력으로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의 초석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맞물려 일본 수산물 수입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NHK 인터뷰에서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 수입 규제와 관련해 "CPTPP 가입을 위한 일본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이 사안도 중요한 의제"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상태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적 문제와 신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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