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BH3120'이 글로벌 임상 1상에서 초기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며 차세대 항암 신약 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군에서도 항종양 활성이 관찰되면서, 치료 옵션 확장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면역종양학 학술대회에서 BH3120의 임상 1상 중간 경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단독 요법뿐 아니라 항 PD-1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병용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과 내약성, 초기 효능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BH3120은 한미약품의 독자적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를 적용한 후보물질이다.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표적에 동시에 결합하는 구조로,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표적 항암 효과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면역항암 효과를 동시에 유도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암세포 표면의 PD-L1과 면역세포 표면의 4-1BB를 함께 겨냥해 면역세포와 종양세포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4-1BB 계열 항체들은 항암 효능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여온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BH3120은 전임상 단계에서 종양미세환경과 정상 조직 사이의 면역 활성도를 구분하는 '디커플링' 특성을 보여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면역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제시돼 왔다.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1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표준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단독 투여군과 키트루다 병용 투여군 모두에서 용량 증량 단계가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용량 제한 독성은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확인됐다.
또 일부 환자에서는 초기 항종양 활성이 관찰되면서,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BH3120이 단순한 병용 보조제가 아니라, 치료 패러다임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후보물질로 발전할 여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BH3120의 임상 개발은 한미약품의 이중항체 전략을 대표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글로벌 항암 시장에서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BH3120은 한미약품이 자체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첫 글로벌 임상 사례다. 기술 경쟁력과 임상 수행 역량을 동시에 검증받는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2024년 MSD와 병용 임상 연구를 위한 협력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미국과 한국에서 병용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임상을 본격화했다. 임상시험 전반은 한미약품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MSD는 병용에 사용되는 키트루다를 공급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BH3120이 향후 임상 단계 진전에 따라 한미약품의 항암 파이프라인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구조 속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개발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면역항암제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기존 치료제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반응률 정체, 내성 문제, 안전성 이슈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BH3120이 이러한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면,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의 실질적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이번 임상 결과를 통해 BH3120이 안전성을 전제로 항암 효능 가능성을 갖춘 후보물질임을 확인한 만큼, 향후 임상 단계를 통해 치료 영역과 적용 환자군을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항암 신약 시장에서 한국 제약사의 독자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BH3120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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