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국제 재생에너지 정책 논의를 이끄는 핵심 국가로 한 단계 도약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차기 총회 의장국으로 지명되며, 202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 논의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이 동시에 중요한 국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조정자이자 중재자로서 책임과 영향력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지난 11~12일(현지시간) 열린 제16차 IRENA 총회에서 한국이 차기 제17차 총회 의장국으로 공식 지명됐다고 13일 밝혔다. 지명은 총회 종료 직전 이뤄졌으며, 한국은 2027년 한 해 동안 IRENA 총회를 주재하며 주요 의제 설정과 국제 협력 방향을 이끌게 된다.
IRENA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 구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2011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현재 17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실상 유일한 정부 간 국제기구로,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논의하고 기술·금융·정책 협력을 조정하는 중심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한국은 IRENA 설립 초기부터 이사국으로 참여하며 주요 정책 논의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지만, 총회 의장국으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일정 수준의 신뢰와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결과로 해석된다.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2027년 동안 IRENA 총회를 주재하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주요 의제를 주도적으로 설정하게 된다.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전력망 인프라 개선, 에너지 저장 기술, 수소와 같은 차세대 에너지 분야 논의를 조율하는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에너지 격차 해소, 재생에너지 기술 이전과 금융 지원 체계 구축 같은 민감한 의제에서도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번 의장국 지명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국제 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글로벌 탈탄소 흐름 속에서 한국형 에너지 전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위상을 넘어, 에너지 산업과 기술 경쟁력 강화, 해외 프로젝트 수주 확대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이번 총회에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의장국 지명은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차기 총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해 글로벌 청정에너지 거버넌스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 협력과 산업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연 외교부 기후환경변화외교국 심의관 역시 "재생에너지 분야 유일의 국제기구인 IRENA 의장국 진출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외교 전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의장국 지명이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정책 논의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정책 조율과 협력 촉진 역할을 맡는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그동안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 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과 산업 기반을 축적해 왔다. 의장국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국제사회에 공유하고, 동시에 글로벌 표준 논의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국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재생에너지 산업은 단순한 발전 설비를 넘어 금융, 전력망, 데이터,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되는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이러한 흐름을 선도적으로 다루게 되면, 에너지 전환과 첨단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IRENA 의장국 준비를 위해 관계 부처와 공공기관, 연구기관, 산업계가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차기 총회 의제 발굴, 국제 세미나와 포럼 개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 발굴 등을 통해 의장국 역할을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리더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재생에너지 정책 컨설팅, 기술 협력, 금융 지원 모델 구축 등도 주요 과제로 검토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번 의장국 지명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인식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에너지 가격 불안정, 기후 재난의 일상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리스크가 겹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는 환경 정책을 넘어 국가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이 2027년 IRENA 의장국으로서 국제 논의를 이끌게 되면, 이러한 복합 위기 속에서 재생에너지가 갖는 전략적 가치와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동시에 이는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 과정에서 단순한 참여국을 넘어 '설계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번 지명을 계기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국제 논의의 중심에서 정책 리더십을 강화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이 IRENA 의장국으로서 어떤 의제를 제시하고 어떤 협력 구조를 만들어 갈지에 따라, 2027년은 대한민국 에너지 외교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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