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를 이끄는 이석연 위원장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두고 공개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통합을 기치로 내건 인사라는 설명과 달리, 과거 행적을 볼 때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발언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 뉴스1
이 위원장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적어도 내란 세력에 깊숙이 관여한 사람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폭언이나 투기 논란을 떠나, 탄핵 반대 삭발 강요와 윤어게인 집회 참석 등 이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점을 들어 이번 인선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국면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국민 피로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증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하는 것이 국정 운영과 국민 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차원에서 이 후보자를 발탁하려 했던 의도 자체는 평가했다. 문제는 선택 이후 검증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인선 단계에서 누군가는 분명히 반대 의견을 냈어야 했고, 그 역할을 하지 못한 참모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이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 뉴스1
이 위원장은 현 참모진을 겨냥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국가를 위해 대통령에게 문제를 지적하는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합을 외치면서도 내부에서 견제와 조언이 실종된 상태라면 정책과 인사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선 비판을 넘어 현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각종 개혁 과제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2차 종합특검법과 관련해 이미 세 차례 특검을 통해 상당 부분이 밝혀졌고, 미진한 수사는 국가수사본부로 이관돼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짚었다. 다시 특검 국면으로 들어가면 정치 보복으로 비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내란 세력 단죄와 정치 보복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죄를 씌우려 마음먹으면 증거는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고, 그런 논리라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발언은 형사사법권 행사 전반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방일 직전 NHK 인터뷰 모습. / 청와대 제공-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왜곡죄 신설에 대해서는 문명국의 수치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에 대해서도 헌법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제도 개편의 명분과 실제 내용이 괴리돼 있다는 인식이다.
전날 정부가 공개한 중대범죄수사청법을 두고는 세부 조문 표현을 문제 삼았다. 수사사법관이라는 용어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공소청에만 검사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와 관련해서도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본질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언론 규제와 관련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대해서는 집행 과정에서 언론의 본질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해서는 다수 보완을 거쳐 위헌성은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야권을 향한 발언도 빠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계엄 사과를 두고는 내란 세력과의 단절을 보다 과감하게 행동으로 보여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명 변경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실질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다만 정당 해산을 거론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국민의힘 역시 통합의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통합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분열을 키우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허탈감을 드러냈다. 헌법상 정당이 지나치게 보호받고 있다며 차기 개헌에서 관련 조항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국민통합위원회 운영 과정에서의 경험담도 공개됐다.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위원회 예산 34억원 증액안이 전액 삭감됐고, 이후 쪽지 예산으로 특정 지역구에 같은 규모의 예산이 반영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국민통합 행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방향 설정은 적절하다고 전제하며 평균점과 합격점 사이 정도라고 답했다. 통합을 향한 기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되, 인선과 제도 추진 과정에서는 보다 정교한 판단과 내부 견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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