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전력 공급…전력기기 사용 급증에 어선 화재 우려 커져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겨울에는 평소보다 전기를 30∼40% 더 사용하니 보니 항상 긴장한 상태로 조업에 나섭니다."
13일 오전 부산 서구 앞바다에 정박한 27t급 오징어잡이 어선에서 출항 준비를 하던 70대 선장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올겨울 들어 부산에서는 이미 어선 화재 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했다.
지난달 영도구와 해운대구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어선에서 불이 났는데, 선원들은 모두 구조됐지만 어선이 전복되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겨울철 선박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는 전력 소모가 큰 전기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꼽힌다.
건조된 지 16년이 지난 이 어선에서도 선원들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조타실과 선원실 곳곳에 전기장판과 전기난로 등을 설치해 두고 있었다.
선박이 노후하다 보니 장기간 꽂아 둔 콘센트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여기에 습기가 차면 절연 상태가 나빠져 화재 위험이 커 보였다.
선박 내 온수가 나오지 않아 선원들은 야외에서 빨간 고무대야에 물을 담고 수조 히터로 물을 데워 사용하고 있었다.
현장 확인에 동행한 김일두 부산해경 남항파출소 경위는 이를 보더니 "대야에 물을 채우지 않고 히터를 작동시키면 과열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박은 전압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바다 위 선박이 출렁이거나 이물질로 인해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전력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선원은 "조타실에 전압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 겨울철에는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수시로 살펴본다"며 "잠을 자거나 한창 조업 중일 때 기관실이나 선원실에서 불이 나면 화재 사실을 뒤늦게 알아 진화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선장 역시 "항해 장비 등으로 일반 가정집보다 원래 훨씬 많은 양의 전기를 선박에서 사용하다 보니 늘 노심초사한다"며 "노후 전선이 바닷물과 닿으면 부식이 빨라지는 만큼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업인들은 화재 예방을 위한 어선 내 장비 정비에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월광 전국오징어채낚기 선주실무자연합회 회장은 "노후 선박에 대해 화재 관련 검사만 강화해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며 "고령 어업인이 많고 1차 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화재 예방 장비나 설비 교체 시 정부가 지원에 나서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해경은 다음 달 28일까지를 화재 사고 예방 활동 강화 기간으로 정하고, 어업인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예방 활동을 펼치는 한편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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