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화성 IBK기업은행의 아웃사이드 히터 고의정(26)은 2025-26시즌 개막 이후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즌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코트는 물론 교체 명단에서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아시아 쿼터 킨켈라와 육서영, 황민경이 버티는 측면에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 긴 기다림은 11일 수원 현대건설전에서 끝났다. 선발로 나선 킨켈라가 흔들리자 벤치가 움직였고, 고의정이 올 시즌 처음 코트를 밟았다.
2세트 초반 투입된 그는 11-14에서 오픈 공격으로 첫 득점을 신고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2세트 2점, 3세트 3점으로 몸을 푼 뒤, 진짜 존재감은 4세트부터 드러났다.
세트 스코어 1대2로 밀리던 4세트에 선발로 나선 고의정은 퀵오픈 득점을 포함해 3점을 보태며 25-19 승리에 힘을 실었다.
기세는 5세트까지 이어졌다. 1-0 상황에서 양효진의 공격을 막아낸 블로킹, 5-2에서 터진 오픈 공격은 흐름을 완전히 기업은행 쪽으로 끌어당겼다.
기업은행은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값진 역전승과 함께 4연승을 완성했다.
고의정의 기록은 단순한 ‘깜짝 활약’으로 보기 어려웠다. 블로킹 1개 포함 10득점, 공격 성공률 52.9%. 디그 16개에 리시브 효율 38.9%까지 공수 전반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특히 승부처에서의 결정력과 수비 기여도는 경기 흐름을 좌우했다.
2018-19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고의정은 8년 차 선수다.
한때는 세 시즌 연속 30경기 이상을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20-2021시즌에는 170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트레이드를 거쳐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번 시즌 첫 출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고의정은 “수비와 리시브에서 큰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들어갔다”며 “상대 분석이 많지 않았던 점도 공격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포지션 변화에 대해서도 “4세트부터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 훨씬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카드가 가장 필요한 순간 힘을 발휘했다. 고의정이 기업은행의 봄배구 도전을 떠받칠 또 한 명의 ‘키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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