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자회사, 음식배달앱 운영사인 쿠팡이츠.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 음식점주, 배달 라이더들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쿠팡이츠 고객센터로 문의한다. 이 쿠팡이츠 고객센터에도 노동착취 문제가 있었다. 고객센터 교육생을 가짜 3.3으로 사용하면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교육비'를 지급한 갑질 사례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와 공동진정을 통해 이 문제가 거듭 제기되었고, 결국 올해 초부터 쿠팡이츠 고객센터 노동자의 교육비가 인상되었다. 널리 알려질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지면으로 소개한다.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5차 집단 공동진정 자료와 관련 토론회 자료집, 그리고 쿠팡이츠 전직 상담사들과의 온라인 대화를 토대로 작성함)
'교육생'이 된 노동자들, 반토막난 임금
쿠팡의 자회사, 음식배달앱 운영사인 쿠팡이츠는 고객센터를 외주로 운영한다. 하나의 업체도 아니고 여러 용역업체(BPO)에 쪼개서 위탁한다. 업체들을 서로 경쟁시키면서 성과 압박을 가한다.
쿠팡이츠 고객센터 상담사가 되려면 서류와 면접을 거쳐야 한다. 두 전형을 통과하면 4~5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8시간 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 동안 회사의 통제 하에 근태관리를 받고, 업무 테스트를 받으며, 교육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종 동의서와 서약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용역업체들은 이 교육기간을 '선발 전형'이라고 주장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면서 최저임금도 4대보험도 보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근로자가 아님을 확인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교육 안내 확인서' 작성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교육기간 동안 '교육생'이 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하루 4만 원을 '교육비'라는 이름으로 지급받았다. 업체들은 이를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신고했다. 2025년 12월 말에 채용 중이었던 쿠팡이츠 고객센터 채용공고를 보자.
채용공고를 보면 용역업체는 여러 곳이지만 교육비는 하루 4만 원으로 통일되어 있었음이 확인된다. 하루 8시간 교육을 받는데 4만 원이면 최저임금을 반토막낸 수준이다.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 '교육'
교육은 업무 수행에 필요해서 받는 것이므로, 교육시간은 당연히 근로시간이고 근로기간에도 포함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런데 콜센터 업계에는 이렇게 당연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면접에 합격하고도 별도의 '교육'을 이수해야만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 그래서 채용공고에 '본채용'이나 '최종 입사'와 같은 이상한 용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면접 합격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측이 제시하는 대로 교육을 받고 계약서를 써서 '본채용'으로 가야 일을 할 수 있다. 즉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부과한 것이다.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시간에 회사의 감독을 받으며 교육과 테스트를 수행했으며, 따라서 저는 근로자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듣기 전 식비 5000원 교육비 35000원만 받는다는 것에 동의하는 계약서를 쓰게끔 했습니다. 계약서에는 근로자가 아니라 교육생이며, 교육기간은 근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도 써 있었습니다. 쓰지 않으면 면접에 합격을 해도 채용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 계약하고 쿠팡이츠 상담사로 근무했던 김수정님(가명)의 증언이다.
여기서 '교육'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왜 날마다 하루 8시간 교육을 받겠는가? 자기계발을 하려고? 아니다. 사설 학원처럼 기술이나 어학이나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인가? 아니다. 원청인 쿠팡이츠에 대한 소비자와 점주, 라이더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쿠팡이츠 내부 매뉴얼을 숙지하는 과정이다. 쿠팡이츠 매뉴얼과 정책 내용을 암기하고 실무 투입을 위한 테스트도 진행된다.
이 내용을 다른 콜센터에서는 활용할 수 없다. 쿠팡이츠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다른 고객센터로 옮기면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철저히 사측의 필요에 따라 진행되는 교육이다. 이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임의로 정한 액수를 사업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은 가짜 3.3 고용이면서 면접 합격자들을 착취하는 행위가 된다.
교육비는 후불, 2주를 채워야 지급?
더 큰 문제는 교육을 모두 수료하더라도 '본채용'이 되지 못한 경우 교육비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까지도 메타엠은 채용공고에 "최종 입사자에 한해 교육비 지급"이라고 명시했고, KS한국고용정보는 "교육은 입사 전형 단계"라면서 "입사 및 2주 정상 근무시" 교육비를 지급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그나마 "교육 1일만 이수해도" 교육비를 지급했다. 교육기간 중 교육비가 '임금'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이렇게 제각각 조건을 붙였던 것이다.
2주 동안 근무해야 교육비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거는 이유는 상담사들을 붙잡아놓기 위해서다. 교육기간에도 이탈이 많고, 입사 후에도 퇴사가 많다. 업체들은 급하게 모집한 사람들을 단기간 겉핥기 식으로 교육해서 바로 업무에 투입하면서 많은 콜을 빠르게 소화하기를 요구한다. 특히 쿠팡이츠 고객센터는 배달 주문이 많은 시간대에 "18시~22시" 같은 식으로 4시간씩 재택으로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 이 4시간 동안 저녁식사도 가족과의 대화도 포기한 채, 시간에 쫓기며 콜과 채팅을 처리하는데 고객들은 배고파서 화가 나 있다. 그런데 보상은 최저임금 수준이니 장기근속할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콜센터 업체들의 입사율과 퇴사율은 경이로운 수치를 보여준다. 앞에서 쿠팡이츠 고객센터 채용공고 사례로 제시된 세 업체를 보자. KS한국고용정보의 경우 연간 입사율이 86.41%, 퇴사율은 90.53%에 달한다. 연간 5,320명이 입사하고 5,574명이 퇴사한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의 경우 입사율과 퇴사율이 각각 107.26%과 103.97%로 100을 넘는다. 메타엠은 입사율 84.43%, 퇴사율 82.56%에 이른다. (NICE 비즈인포, 기준연월 2025.11) 이 업체들은 늘 인력이 부족하고, 1년 내내 채용공고를 낸다.
상담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갈 정도라면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할 텐데, 그간 콜센터 업계는 처우 개선 노력 대신 퇴사자 인건비를 줄이려고만 했다. 여기서 교육기간과 교육비라는 꼼수가 파생된다. 용역업체들은 마치 인력업체처럼 사람을 모아 현장에 투입하기를 반복할 뿐, 숙련된 상담사를 키워낼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고용노동부가 콜센터 직고용이나 처우 개선을 유도한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없다.
"용역업체는 교육생들에게 교육비만 받고 튄다고 '교육메뚜기'라고 비꼬아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콜센터에서는 교육비를 받기 위해서 수많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교육 이수 후에도 처음 겪어보는 악성 민원과 욕설을 들으며 1개월을 겨우 버텨야 그 대가로 교육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권 콜센터 노동자 김현수님의 증언이다.
부당한 관행은 원청이 책임지고 개선해야
업계 관행이 그렇다는 말로 넘어가선 안 된다. 콜센터 업계의 착취적인 구조는 원청, 용역업체,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무엇보다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고객사인 원청이 최저입찰제 계약으로 용역업체간 경쟁을 시키면서 무리한 업무 기준을 요구하고, 각종 비용은 용역업체에 전가하기 때문에 상담사의 근무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운 것이다. 원청이 교육기간에 대한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과 입사를 분리할 수밖에 없다고 용역업체들도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실제로 원청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고객센터 운영은 존재할 수 없다. 현장 상담사들 역시 "안녕하세요, 트랜스코스모스 상담사 OOO입니다"가 아니라 "안녕하세요, 쿠팡이츠 상담사 OOO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쿠팡이츠가 고객센터 노동자의 교육비를 제대로 못 줄 정도로 어려운 기업이었을까? 2024년부터 쿠팡이츠는 배달앱 시장에서 업계 1위인 배민의 점유율을 빼앗아오기 위해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연히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24년 쿠팡이츠 매출은 급등했고, 2025년 8월에는 서울 지역에서 카드사 결제액 기준으로 배민을 제쳤다. 연말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였다.
그러니까 쿠팡이츠는 배민과의 경쟁을 위한 무료배달 서비스에 자금을 쏟아붓는 건 괜찮았지만 고객센터 상담사의 교육기간 임금을 온전히 지급하는 건 아까웠던 모양이다. 독점 기업인 쿠팡에게는 교육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을 반토막낼 힘이 있었고, 상담사들은 힘이 약했다. 이 사안은 쿠팡이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했느냐를 보여준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과 주휴슈당을 주지 않으려고 취업규칙을 일방 변경한 것과도 겹쳐 보인다.
착취는 착취다. 고용을 많이 한다고 해서, 급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해서, 쿠팡보다 더한 중소기업이 있더라고 해서 쿠팡의 노동착취가 가려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직접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고용을 많이 하는 독점 기업일수록 업계 표준을 설정하게 되므로 해당 기업의 노동환경 개선은 꼭 필요하다.
올해 초 쿠팡이츠 고객센터 용역업체들이 교육비를 인상한 것은 원청인 쿠팡이츠가 움직였다는 뜻이다. 채용공고에서 발견되는 "일 8만2,560원"과 "최저시급 적용"이라는 문구가 그래서 반갑게 느껴진다. 용기를 내어 콜센터 교육생 문제를 증언한 사람들, 부지런한 활동가들, 그리고 '탈팡'으로 쿠팡에 항의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올해는 콜센터 업체들이 '교육비' 명목으로 임금을 떼어먹는 관행이 깨끗이 사라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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