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샤비 알론소 감독이 예상보다 이르게 물러났다. 레알마드리드가 전통적으로 감독보다 선수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구단이었다.
13일(한국시간) 레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론소 감독과 상호 합의에 따라, 그의 1군 감독 임기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서 레알 측은 “알론소 감독은 레알의 전설이며 언제나 구단 가치를 대표해왔다. 레알은 언제나 그의 집”이라며 “구단은 알론소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보여준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전하며,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많은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형태는 상호 계약 해지, 현지에서도 최초에는 자진 사임이라고 보도했는데 현재는 레알이 알론소 감독을 경질했다는 게 중론이다. 레알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알론소 감독을 경질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현지에서는 지난해 말 알론소 감독의 경질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보도했으나 경질 타이밍이 지금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론소 감독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을 앞둔 지난해 5월 레알에 부임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클럽 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오르며 새로운 축구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초반에도 바르셀로나와 엘클라시코에서 2-1로 승리하는 등 좋은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경기에서 알론소 경질의 초기 징조가 나왔다. 이날 교체 아웃된 비니시우스는 자신의 교체에 불만을 거리낌없이 표출했고, 레알은 승리에도 불화설에 휩싸이는 특이한 상황에 놓였다. 이후 알론소 감독은 공식전 15경기 8승 3무 4패로 주춤했다. 그래도 70%가 넘는 승률이었지만, 수페르코파 데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에서 바르셀로나에 밀려 준우승을 하고 또다시 선수단 불화설이 터져나오는 시점에서 알론소 감독을 보호할 장치는 없었다.
물론 알론소 감독의 전술에도 문제가 있었다. 바이어04레버쿠젠 시절 보여주던 강렬한 전방압박과 체계적인 빌드업이 사라졌고, 수비적으로도 불안 요소를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알론소 감독은 레알에서 일정 부분 자신의 철학을 내려놓았으나 공격 전개 과정에서 공 순환이 잘 이뤄지게 하기 위해 아르다 귈러를 중용하면서 주드 벨링엄,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 기존 핵심들이 보조자에 머물도록 만드는 실수도 저질렀다.
선수단 장악에도 실패했다. 비니시우스, 벨링엄, 발베르데 등 주축 선수들은 알론소 감독을 신뢰하지 않았다. 비니시우스는 기용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고, 벨링엄과 발베르데는 알론소 감독 전술의 희생양에 가까웠다. 티보 쿠르투아, 킬리안 음바페 등은 침묵을 지켰다. 일반적으로 알론소 감독에 대한 지지로 해석되는 이 행위가 알론소 감독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선수단 장악은 레알 감독의 필수 덕목이다. 알론소 감독의 전임자였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훈련과 경기에서 선수단에 높은 자유도를 부여했고, 선수들에게 인망을 얻었다. 레알에서 1기와 2기를 합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만 3회를 차지했으며, 리그 정상에도 두 차례 섰다. 그밖에 레알에서 굵직한 업적을 쌓은 감독들은 대체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선수단을 휘어잡은 인물들이었다.
알론소 감독은 자신의 전술을 레알에 입히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선수단과 끊임없는 충돌이 발생하면서 그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알론소 감독이 8개월도 안 돼 물러나면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21년 재임기 동안 레알에서 1년도 안 돼 물러난 정식 감독은 10명으로 늘었다.
레알은 전통적으로 감독보다 선수단에 힘을 실어주는 구단이었다. 페레스 회장이 2000년대 초 주창했던 ‘갈락티코 정책’이 이를 대변한다. 지금은 유망주 영입으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선수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보통의 구단에서 점점 감독의 비중이 커졌다면, 레알은 가장 최근까지도 선수들의 힘을 믿었던 구단이다. 구단이 소유한 15개의 UCL 우승컵은 그 기조가 틀리지 않았음을 상징했다.
결국 이번에도 레알 수뇌부는 선수들 편을 들었다. 상기한 엘클라시코에서 비니시우스의 항명이 일어났을 때, 구단은 관련해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는 감독의 권위 하락과 선수단 통제 불능 상황을 만드는 단초가 됐다. 레알에서 감독은 언제나 수뇌부와 선수단 사이에 끼어있었다. 여기서 살아남는 인물은 분명한 성과를 내지만, 살아남지 못하는 인물은 쓸쓸하게 자리를 비워야만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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