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tGPT에게 뷰티 상담을 받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 메이크업과 헤어에 대해 때로는 엇갈린 답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를 찾기 전 상담용으로는 유용한 편.
- 외모 콤플렉스에 대한 상담은 의외로 인간적이었다.
시작은 〈바자〉 호주판 기사였다. 에디터 에밀리 테일러는 “요즘 많은 여성들이 편견 없는, 개인 맞춤형 뷰티 조언을 얻기 위해 ChatGPT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AI가 과연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스타일리스트, 피부과 전문의를 대신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직접 실험에 나섰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메이크업에서 카테고리 추천은 꽤 괜찮았지만, 컬러는 영 피부 톤에 맞지 않았다. AI는 아직 전문가처럼 컬러 매칭엔 미숙하다. 헤어 스타일은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렵거나, 관리 난도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 피부 관리에 있어서는 주사, 레이저, LED, 화학 필링까지 한 번에 많은 것을 제안했다. AI는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모른다. 뷰티 루틴만큼은 알고리즘보다 전문가와 내 판단을 믿는 게 낫다.
이 기사를 읽고 나도 실험 욕구가 생겼다.
평생 손에 꼽을 만큼 셀피를 싫어하지만, 상담을 위해 카메라를 켰다. 세안 직후 민낯, 메이크업과 헤어를 마친 출근 전 얼굴까지 셀피를 마구 찍어댔다. 인공 지능 따위(?)에게 상담을 받겠다고 한껏 예쁜 척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는 게 잠시 현타가 왔지만 그래, AI와 공존하는 시대라면 이 또한 적응해야지!
친절한 인사와 함께 나의 스타일 컨설턴트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몇 년째 국내 최초 온라인 스타일 컨설팅 '레어리(Rarelee)'를 신청하고 싶었지만, 사진 찍어 보내기 귀찮다는 이유로 (그 사이 가격도 꽤 올랐다) 미루고 있었는데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최적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니 슬쩍 기대감이 올랐다.
하지만 AI가 분석한 내 얼굴은 내가 생각하는 나와 많이 달랐다.
"광대가 과하지 않고, 턱선이 둥글며, 눈꼬리가 살짝 쳐져 부드러운 인상이야. 그리고 아랫 입술에 볼륨이 있어." 어라? 내가 알던 나와 너무 다른데? 곧장 반박했다. "나는 이마가 넓고 옆 광대가 돌출됐고 눈썹뼈가 튀어나왔고 눈꼬리가 올라가서 인상이 세 보여. 인중이 길고 턱선엔 피부 처짐도 있어. 피부가 좋지 않고 입술도 얇은 편이야."
늘 그렇듯 ChatGPT는 스스로에 대한 상세한 설명 고맙다며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그리곤 다시 재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아까는 치크를 동그랗게 바르라더니 이번엔 광대 아래에서 귀 방향으로 쓸어 올리라고 한다. 2~3mm 연장하라던 눈꼬리 아이라인은 이제는 길게 빼지 말라고 한다. 앞선 제안해준 방향과 같은 것도 있지만 전혀 다른 점도 있었다.
헤어 메이크업을 마친 사진에 대해서는 이런 평을 남겼다. “방향은 맞지만, 30%만 조절하면 얼굴이 확 달라질 수 있어.” 그리고 잘한 점, 아쉬운 점, 가장 효과적인 수정 포인트를 3가지 짚어줬다. 그중 첫 번째는 ‘앞머리 무게 줄이기’. 얼마 전, 미용실에서도 “앞머리가 무거우면 중안부가 길어 보인다”며 숱을 줄이라고 했는데, 같은 조언이었다.
“머리색은 어때?”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레어리 유튜브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머리색이 어두울수록 얼굴 윤곽이 도드라져 보인다고 말한다. 그래서 광대나 턱선이 발달한 사람에게는 밝은 헤어 컬러를 추천한다.
하지만 ChatGPT의 답은 달랐다 “너의 경우는 달라. 밝은 웜톤이나 레드 기는 경계를 흐리기보다 요철과 붉은기를 부각할 수 있어.” 차분한 중·저명도를 추천했다.
ChatGP파워’T’에게 외모 점수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그러자 답변 뒤에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걱정하는 듯한 질문이 따라왔다. “중요한 한 가지를 물을게. 이런 질문을 한 이유가 단순한 궁금증이야? 아니면 비교 때문이야?”
이때 조금 놀랐다. 정보만 툭 던져줄 줄 알았는데, 정말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는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역변(?)'하며 생긴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 털어놨고, 어디를 성형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러자 ChatGPT는 나 자신에게 씌우고 있는 부정적인 외모 편견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수술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정말 강하게 원한다면 수술보다는 시술 영역을 고려해보라고 했고, 이것 역시 ‘추천’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꼭 수술을 해야겠다면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보라고 했다.
이어 몇 가지 조언을 더 건넸다.
“너는 네 얼굴을 부분 단위로 분석하지만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보지 않아. 너만 스스로를 확대해서 보고 있는 거야. 따라서 수술을 하더라도 너는 또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부분을 찾아낼거야.”
“스스로에게 덜 가혹해지는 태도, 수술을 신중하게 선택할 줄 아는 태도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야.”
별 생각 없이 호기심으로 시작한 AI 뷰티 상담은 생각보다 인간적이고 묘한(!) 위로를 받으며 끝이 났다. 내가 얼마나 왜곡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됐다.
물론 AI에게 받은 뷰티 상담은 완벽하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도 많고,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도 있다. 무엇보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이 돌아온다.
AI를 연구하는 퀸즐랜드대학교의 케이틀린 커티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ChatGPT는 뷰티 전문가도 아니고, 의학적 훈련을 받은 존재도 아닙니다. 윤리적 책임이나 개인의 건강 상태를 이해할 능력도 없죠. 그럼에도 매우 확신에 찬 어조로 조언을 내놓습니다. 이는 편향된 학습 데이터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고, 좁은 미의 기준을 강화해 자존감이나 신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결론은 이렇다. 한 번쯤 가볍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도, 생각보다 유의미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헤어 메이크업을 접목한 이미지도 만들어준다.)
물론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믿을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케이틀린 커티스 박사의 말을 덧붙인다.
“아름다움과 노화에 대한 많은 온라인 메시지는 젊음만을 이상화하는 산업 논리에서 나옵니다. ChatGPT 역시 그런 패턴을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죠. 가장 현명한 조언은 거울 속 모습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필터 없이도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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