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박모(38)씨는 최근 경기 구리시에 보유한 아파트를 팔고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 사들이기 위해 구청에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했다. 박씨는 "직장 때문에 구리 집은 세주고 서울에 전셋집을 얻어 살았는데 전세가 2억원 이상 올랐다"며 "추가 대출이 안 나와 전세 연장이 어려워 대출을 최대한 당기고 구리 집도 팔아 평생 살 생각으로 서울 집을 사게 됐다"고 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지 석 달을 넘긴 가운데 강북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꿈틀대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전세대출 DSR 등 규제가 겹치자 실수요자가 토지거래 허가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도 서울 외곽의 중저가 단지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40일간 서울의 토지거래 허가 건수는 5937건으로, 토허구역 효력이 발생한 지난해 10월20일부터 11월28일까지 초기 40일 간 허가 건수(5252건) 대비 13%(685건)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노원구가 284건에서 615건으로 2배 넘게(116.5%) 늘었다. 이어 ▲영등포구 133.8%(131→311건) ▲구로구 77.3%(176→312건) ▲은평구 54.2%(203→313건) ▲성북구 51.4%((259→392건) 등 강북권과 서울 외곽의 거래량이 빠르게 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송파구 -46.9%(827→439건) ▲강남구-51.9%(484→233건) ▲서초구 -54.7%(362→164건) ▲용산구 -54.8%(199→90건) 등 기존 토허구역은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토허구역 내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관할 지자체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박씨도 "토지거래 허가가 나오기까지 2주 정도 걸렸는데 요구하는 증빙서류가 많았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선 정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기분이었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선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거래가 늘어난 지역은 지난해 서울 집값 급등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지난해 12월29일 기준 누적 아파트값 상승폭을 보면 노원구(1.55%), 성북구(3.96%), 은평구(3.16%), 구로구(2.11%) 모두 서울 평균(8.71%)를 밑돌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10·15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 돼 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40%로 감소했고,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주담대 한도가 2~4억원 추가로 줄어들었다.
특히 한강벨트의 경우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마포구(15억7092만원), 성동구(17억2407만원), 광진구(14억4044만원), 강동구(13억1585만원) 등 모두 15억원대에 걸쳐 있어 대출 감소폭이 큰 편이다.
외곽지역의 경우 아직 매매가격이 낮은 중저가 단지가 많아 상대적으로 매수 자금 부담이 덜한 이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노원구의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6억2179만원, 성북구는 8억9708만원, 은평구는 8억6435만원으로 10억원을 하회했다.
10·15 대책 이후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진 것도 실수요 목적 매수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2373건으로, 지난해 10월15일(2만4369건)과 비교해 8.2%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1월 첫째주(5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은 0.14% 상승으로 전주와 같은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규 규제지역의 경우 규제 도입 초기 일시적인 관망 이후,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생활거주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나 실거주 중심의 수요 기반이 형성된 지역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나며,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선별적 매수세가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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