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겨울 아침, 새벽 공기를 가르며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전라남도 담양의 한 골목, 3대째 이어온 전통 쌀엿의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EBS 'PD로그' '달콤, 살벌한 쌀엿' 편은 이렇게 시작된다. 베테랑 부부 최영례·김성계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창평 쌀엿과 함께, 겨울의 기다림과 가족의 온기를 담아낸다.
영산강 물길 따라 펼쳐진 너른 담양 곡창지대에서 자란 쌀로 만든 창평 쌀엿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전통을 지키는 부부의 하루는 새벽 6시, 어둠이 걷히기 전부터 시작된다. 식혜를 짜서 걸러 가마솥에 올리고, 장작불로 물을 증발시키는 5시간의 노동. 조청이 걸쭉해질 때까지 쉬지 않고 저어야 비로소 눌어붙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살아난다.
현대식 시설을 쓰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부부는 어머니가 남긴 그 맛을 지키기 위해 옛 방식 그대로 쌀엿을 완성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쌀농사, 엿기름과 참깨, 생강 등 재료 손질, 여름 내 통나무를 준비하는 장작까지. 단순히 맛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1년 내내 이어지는 기다림과 정성이 담겨 있다.
'쌀엿이 딱 붙는 성질이 있잖아요. 쌀엿을 만들다 보니까 가족 관계도 딱 붙지 않는가 생각해요.'
-최영례 · 김성계 부부
맑은 조청이 걸쭉해지고 걸쭉해져 맑은 빛깔의 갱엿이 되면, 스승이신 친정어머니부터 시어머니까지 가족이 하나둘 모인다. 맑은 빛깔의 갱엿을 밀고 당기며 하얀색의 쌀엿으로 치댄 다음, 그야말로 바람을 넣어 공기 구멍을 만들어줘야 아삭한 식감의 창평 쌀엿이 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식혜를 짜서 달이고, 갱엿을 만드는 시간이 고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면, 바람 넣기부터 늘이고 자르기까지 온 가족이 모여서 손발을 맞춰야 하는 시간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잊히는 '함께'의 의미가 이 작은 작업 안에서 살아 숨쉰다.
김경민 PD도 직접 부부와 함께 손을 맞춰보며, 전통을 지켜온 세월과 가족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베테랑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셔서 끝까지 할 수 있었고, 3형제에게 자랑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는 PD의 소회가 전해진다.
겨울의 추위와 기다림 속에서 완성되는 쌀엿. 달콤함 뒤에는 베테랑 부부의 고단한 손길과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있다. 한 해의 노력이 녹아든 이 전통은 세대를 잇는 삶의 기록이다.
전통과 가족, 그리고 겨울의 기다림이 만든 달콤함. EBS 'PD로그' '달콤, 살벌한 쌀엿' 편은 오는 14일 밤 10시 45분 EBS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