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살얼음 ‘블랙아이스’가 예고된 가운데 특히 조심해야 할 구간들이 있다.
고속도로에 눈이 내리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한파 속에 밤새 내린 눈·비가 도로 표면에서 얼어붙기 쉬운 조건이 겹치면서 기상청 도로기상정보시스템의 ‘도로 살얼음 발생가능 정보’ 지도에서도 중부권 주요 도로가 최고 위험 단계로 표시됐다. 겉으로는 젖어 보이는 노면이 실제로는 얇은 얼음막일 수 있어 운전자가 결빙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위험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위험이 큰 새벽 시간대 운전을 피하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고한다. 다만 생계와 출근 문제로 운전대를 아예 놓기 어려운 이들도 많아 현실에서는 ‘피하는 것’보다 ‘조심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특히 교량 위나 터널 출구처럼 결빙이 먼저 생기거나 남기 쉬운 구간을 미리 의식하고 속도를 낮추는 습관만으로도 사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도로 살얼음 발생 가능 정보 / 기상청 도로기상정보시스템 캡처
최근 사고 흐름은 ‘새벽 시간대 결빙’이 공통점이다. 지난 12일 새벽에는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주 방향 문의청남대휴게소 인근에서 화물차 4대가 잇따라 추돌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고 차량들이 전방 상황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도로 결빙 가능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사흘 전인 10일에도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나들목 인근 곳곳에서 다중 추돌사고가 잇따르며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6시 10분쯤 영덕 방향에서는 화물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도돼 도로 아래로 추락했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충돌해 화물차 운전자 1명이 숨졌다.
이어 오전 7시쯤 반대편 청주 방향에서도 승용차가 트레일러와 부딪히는 등 연쇄 추돌이 발생해 승용차 탑승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남상주나들목 일대 4곳 이상에서 차량 16대가 관련된 것으로 파악했으며 밤사이 내린 비와 눈이 얼어붙어 생긴 블랙아이스가 원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 부근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 한국도로공사 CCTV 화면, 뉴스1
11일 새벽에는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에서 SUV와 화물차 등이 연쇄 추돌해 20대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새벽 고속도로의 낮은 노면 온도와 얇은 결빙막이 맞물리면 순간적으로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2차 추돌로 번질 위험이 크다.
블랙아이스는 아스팔트 틈새로 스며든 습기가 얇게 얼어붙고 매연과 먼지가 섞이면 노면 색이 크게 바뀌지 않아 운전자 눈에는 그저 ‘젖은 도로’처럼 보이기 쉽다. 문제는 이런 구간에서 속도를 유지한 채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이다. 타이어가 노면을 제대로 움켜쥐지 못해 제동거리가 갑자기 길어지고 차가 한 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조향도 제동도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속도로 교량 위를 지나는 차량이 거북이운행을 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겨울철 결빙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교량 위는 아래로 바람이 통하고 지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같은 기온에서도 일반 도로보다 노면이 더 빨리 식는다. 그만큼 살얼음이 먼저 생기고 한번 얼면 오래 남기 쉽다. 게다가 교량은 구조상 갓길이나 회피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곳이 많아 작은 미끄러짐도 곧바로 2차 추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터널 진·출입로도 대표적인 위험 구간으로 꼽힌다. 터널 내부는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노면 상태가 일정하다고 느끼기 쉬운데 출구를 빠져나오는 순간 기온과 습도 조건이 확 바뀌면서 바깥 노면이 얼어 있을 수 있다. 터널 밖은 응달이 지기 쉬운 데다 출구 주변은 그늘이 길게 드리워지는 경우가 많아 살얼음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터널은 정체가 잦은 구간인 만큼 속도가 급격히 변하기 쉽고 출구에서 갑자기 빛이 쏟아지며 시야가 순간적으로 흐려져 앞 상황을 늦게 파악하는 일도 생긴다. 그 사이 급제동이 겹치면 연쇄 추돌로 이어질 수 있어 출구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속도를 더 낮추는 쪽이 안전하다.
제설차량이 터널 부근을 지나며 제설제를 뿌리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이처럼 교량 위와 터널 출구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교량은 지열 영향을 거의 받지 못하고 바람에 노면 온도가 더 빨리 떨어져 같은 기온에서도 먼저 얼기 쉽다. 터널은 내부 노면이 상대적으로 마른 것처럼 느껴지다가 출구를 나서는 순간 응달 구간이나 결빙된 노면을 갑자기 맞닥뜨릴 수 있어 위험하다.
출구 주변은 빛 반사로 시야가 흔들리거나 정체가 잦아 속도 변화가 큰 경우도 많아 작은 미끄러짐이 연쇄 추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간에 들어서기 전부터 속도를 낮추고 차간 거리를 더 벌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블랙아이스 사고는 1차 충돌보다 2차 사고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차량이 멈춰 섰다면 즉시 비상등을 켜 뒤따르는 차량에 상황을 알리고 가능하면 가드레일 밖이나 안전지대로 신속히 이동하는 게 중요하다. 차에서 내릴 때도 뒤에서 오는 차량을 먼저 확인해야 하고 도로 위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필요하면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 삼각대 설치 등 후속 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
블랙아이스 위험이 커질수록 운전 습관도 한 단계 ‘여유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급하다고 평소처럼 붙어서 달리면 더 위험하다” “차간 거리 안 지키고 꼬리물 듯 줄지어 가는 게 사고를 키운다” 같은 반응이 이어진다. 노면이 젖어 보이거나 결빙이 의심되는 날에는 작은 급제동 하나가 연쇄 추돌로 번질 수 있어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게 기본이라는 취지다.
안전거리는 추돌을 피하기 위한 거리이면서 동시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차량들이 촘촘히 붙어 달리면 앞차가 시야를 가려 앞앞 상황을 읽기 어려워진다. 전방에서 정체가 시작됐는지 사고가 났는지 비상등이 켜졌는지 같은 신호를 늦게 발견하기 쉬워지고 그 순간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거나 방향을 틀며 2차, 3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겨울철 결빙 우려가 있는 날일수록 차간 거리를 평소보다 더 벌려 전방 상황을 미리 확인하고 속도를 한 박자 먼저 낮추는 운전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네티즌들은 블랙아이스 사고를 두고 도로 관리와 운전 습관이 함께 겹쳤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고가 반복되는 구간이 있는 만큼 상습 구간에는 제설과 예방 시설을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열선 설치 같은 시설 보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결빙 위험 구간은 제설제를 더 자주 뿌리거나 안내 표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겨울철 한정으로 위험 구간의 제한속도를 낮추거나 구간 단속을 도입해 속도를 낮추는 방안을 거론했다.
운전자들의 주행 방식이 사고를 키운다는 지적도 많았다. 눈이나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떨어진 날에도 평소처럼 속도를 내거나 차간 거리를 바짝 좁히면 작은 미끄러짐이 곧바로 연쇄 추돌로 번질 수 있다는 취지다. 결빙 안내 표지나 경고가 있어도 감속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한두 대가 무리하게 달리다 접촉 사고가 나면 뒤차가 줄줄이 밀려드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새벽 시간대 운행을 피하라’는 조언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출근이나 생계 때문에 해당 시간대 운전을 피하기 어렵다는 댓글이 이어지면서 위험 시간대에 운행 자체를 줄이라는 권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신 상습 구간을 중심으로 도로 관리와 경고 체계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차량 관리 문제를 함께 거론하는 반응도 있었다. 겨울철에는 타이어 상태가 제동력과 직결되는 만큼 스노우타이어나 올웨더 타이어 같은 대비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댓글 여론은 결빙 취약 구간에 대한 관리 강화와 함께 감속 운전, 안전거리 확보 같은 기본 수칙이 지켜져야 대형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쪽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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