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뉴스1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이 검사 출신인 봉욱 민정수석비서관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한 명예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달 11일자 현안검토회의에서 (봉 수석이) '법률가 주도의 엄격한 이원조직 설계필요' 의견을 제시했는데, 설마 했더니 이번 중수청법안은 민정수석의 작품 그 자체"라며 "워딩과 속내를 풀이해본다"고 밝혔다.
봉 수석은 현안검토회의에서 '엄격한 이원화'를 통해 중수청에 법률가인 수사사법관을 두고, 기관장 및 수사부서의 장 보직에 수사사법관만을 보임하며, 영장신청권 등 주요 수사권한을 수사사법관에게 전속시키고, 일반 수사관은 수사사법관을 보조하며 부수적 역할만 수행하게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명예교수는 법안의 핵심 내용들을 검사 출신의 시각에서 해석했다. '엄격한 이원화'에 대해 "검사는 수사관과 출신성분이 다르다. 검사와 수사관을 섞겠다는 발상 자체를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수사사법관' 명칭과 관련해서는 "영예스런 검사란 단어를 못쓰게 하면, 우리는 (사)법관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검사를 준사법기관이라 했는데, 이 참에 준도 떼어버리고 온전히 법관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판사나 검사나 원래 다 고시출신 아니냐"며 "수사관과 준별하고, 법관과 동일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법관이란 단어 독점권을 빼앗기면, 사법부에서도 맹렬히 반대할 듯도 하다"고 했다.
한 명예교수는 "기관장 및 수사부서의 장 보직에 수사사법관만을 보임하겠다는 것은 검찰총장, 대검 부장, 고등검찰청장, 지방검찰청장 등의 자리에 수사관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 상상이나 되겠냐는 논리"라며 "마찬가지다. 검사 출신 아니면 중수청 고위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장신청권 전속과 관련해서는 "지금 경찰(국수본)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영장 신청하고, 검사가 영장청구한다"며 "그런데 중수청에서는 수사관이 감히 영장에 손도 못대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직 검사(수사사법관)만이 영장신청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영장신청권자(검사=수사사법관)와 영장청구권자(공소청검사)가 검사(왕년검사, 현재검사)로 일체화해 검사의 영장지배권을 현재보다 더 확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수사관은 수사사법관을 보조하며 부수적 역할만 수행한다는 것"이라며 "실제 수사는 수사관들이 거의 다 한다. 하지만 너희는 보조하고 부수하는 데 불과하고, 모든 높은 자리, 폼나는 역할은 검사(수사사법관)에게 귀속된다"고 했다. 이어 "현재 검찰에서의 지휘감독자-보조부수자의 고정역할 그대로 가져간다"며 "그러니 중수청에서 맞먹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명예교수는 "중수청 정부입법안은 일부 조항을 고치면 될 게 아니라, 원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건 개혁안이 아니고, 그냥 검사만세 법안"이라며 "머릿속에 검사를 어떻게 우대할까, 조금이라도 홀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뭘까는 생각에 가득차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안은 검찰논리에 포획된 정도가 아니라, 그냥 검사(현직, 전직)들이 만든 것"이라며 "정부안의 주도자는 민정수석이고, 행안부장관 법무부장관은 어버버 포획된 것"이라고 했다.
한 명예교수는 "국회는 정부안에 볼멘소리, 수정 요청하지 말고, 자체 입법안 통과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의 계엄선포, 체포거부, 추태저항, 재판지연 등 설마 설마 하는데, 지금은 설마의 시대"라며 "‘이재명 정부인데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라고 생각하면 틀렸다. 설마 그리 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책을 세울 일"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전날 공소청과 중수청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공소청법안 및 중수청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날부터 각각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안의 입법예고를 오는 26일까지 실시한다.
정부는 중수청 수사 대상인 중대 범죄를 지능적·조직적 화이트칼라 범죄를 중심으로 설정했다.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사이버 범죄 등 9대 범죄다. 정부는 대통령령을 통해 고액 경제범죄, 기술유출, 국제 마약밀수, 대규모 해킹 범죄 등 중대 범죄의 죄명 등을 특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9대 범죄 외에 공소청 또는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중수청 구조는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했다. 수사를 빈틈없이 수행하고 인재의 유치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수사사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져야 한다. 고도의 법리 판단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확보하고 수사의 적법성·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전문수사관은 다양한 증거수집 등을 위해 경력이 풍부한 수사관으로 구성하고 1급∼9급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기존 검찰청의 '검사와 검찰수사관' 같은 이원적 방식으로는 조직의 통합을 해친다는 지적을 우려한 듯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하더라도, 전문수사관이 수사사법관으로 전직할 수 있고 고위직에도 제한 없이 임용되도록 함으로써 인사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된다.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 사무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고,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현재 검찰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권한과 유사하다.
법무부 산하에 설치되는 공소청의 경우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와 '수사개시' 부분이 삭제되고, '공소의 제기 및 유지'가 명시됐다. 검사의 내·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외부인으로 구성된 사건심의위원회를 신설해 검사의 영장 청구 및 기소 권한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검사의 적격 심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검사의 정치 관여 행위를 구체화하고 처벌 규정도 신설했다.
논란이 많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부여 등은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로 미뤄졌다. 정부는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와 '수사개시'가 삭제되므로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직접 인지수사는 구조적으로 차단될 것"이라며 "다만 송치받은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와 관련해서는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수사권은 행안부 산하에 신설되는 중수청으로 넘기고, 기소권은 법무부에 신설되는 공소청에 넘기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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