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올해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전년보다 16조원 이상 늘린 633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생산적 금융과 서민·취약계층 지원을 아우르는 규모다. 은행권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성 대출 확대가 실적과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한다.
◇2026년 경제성장 전략…정책금융 633조원 공급
정부는 지난 9일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통해 정책금융 공급 목표를 633조8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수정계획보다 16조1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반도체·AI·녹색전환(GX) 등 전략산업 지원과 중소·중견기업·서민금융 강화를 통해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을 추진한다.
정책금융은 국책금융기관 중심 공급과 민간 시중은행 취급 상품으로 나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정부 프로그램과 자체 재원으로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반면 중소기업 운전자금·설비자금, 일부 서민 정책대출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취급한다.
정부는 대출 대상과 금리 우대, 공급 규모 가이드를 제시하고, 은행은 협약이나 정책 프로그램 참여 방식으로 공급을 확대한다.
◇정책대출 늘수록 자본 관리 부담 확대
은행권은 정책금융 확대 구조에 부담을 느낀다. 일부 상품에 정부 보증이나 이차보전이 적용되지만 범위는 제한적이다. 상당수 정책성 대출은 은행 고유재원으로 운용돼 원금 리스크가 은행에 남는다. 중소기업·서민대출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연체나 부실 발생 시 손실 부담이 커진다.
정책금융 확대는 자본 관리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바젤Ⅲ 체계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은 대출 잔액 기준으로 산정돼 정책성 대출 증가가 BIS·CET1 비율을 끌어내릴 수 있어서다. 자본비율이 낮아지면 신규 대출 여력은 물론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전략에도 제약이 따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이 곧바로 손익을 훼손한다기보다,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서민대출이 늘면서 자본 관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낮고 업무 부담 커…현장 불만도
정책금융 확대와 맞물린 금리 인하 기조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취약차주 금리 인하, 대환 지원, 저금리 정책상품 확대를 병행하고 있으며, 일부 상품에는 이차보전을 적용한다.
다만 이차보전은 이자 수익 보전에 그친다. 대출 원금 리스크와 충당금 부담은 줄지 않는다.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라 예상손실(ECL)을 반영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 구조도 유지된다.
은행 내부에서는 정책금융과 현장 업무 부담 간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영업점에서는 수익성이 낮고 관리 부담이 큰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마중물’ 되려면 리스크 분담 재설계 필요
정책금융 확대와 함께 추진되는 생산적 금융 전환도 부담이다. 정부는 민간은행의 기업대출과 투자금융 확대를 유도하지만, 은행권은 자본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위험가중치 완화에는 신중하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부 규제 완화가 있었지만 범위는 제한적이어서 은행 체질 전환과 기업 유동성 공급 확대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이 경기 회복의 실질적 마중물이 되려면, 민간은행이 떠안는 리스크와 비용 구조에 대한 정교한 보완이 필요하다. 정책 속도와 리스크 분담 구조 조율이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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