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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의 단락] 여는 글

문화매거진 2026-01-13 09:20: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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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의 공간에서 촬영한 작품들 / 사진: 단 제공
▲ 단의 공간에서 촬영한 작품들 / 사진: 단 제공


[문화매거진=단 작가] 12월 중순의 어느 밤, 친한 동료 작가님의 소담한 초대로 문화매거진과 연이 생겼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함께 해보자는 제안에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들떴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있었다. 읽히는 글을 오랜 시간 내보일 결심이 서지 않았던 것은 내심 능력의 부재라 믿어왔기 때문이다. 기저에는 글을 보이며 탄로가 날 사고의 결핍이 염려됐다. 문화매거진의 칼럼을 읽는 독자라면 대중 문학보다 수준이 있겠다고 짐작했다. 독자층의 입맛에 나의 단순한 사고의 로직은 거슬릴지 모를 일이니, 망설이며 2주를 보냈다. 

첫 미팅에서 에디터님은 내게 넷플릭스도 반할 SF소설을 써주십사 말씀 주시지 않았고, 미술에 관한 첨예한 지식을 유려하게 정리해 보이기를 기대하시지도 않았다. 그저 미술을 하며 가게를 운영하는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일련의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것이었다. 보통을 사는 나와 초밀접한 글이 과연 재미있을까? 

나의 손끝에서 나온 글과 그림의 첫 번째 관객은 항상 나 자신이다. 실로 다행이다. 완성을 결심하기까지 최_최_최_종의 미로를 벗어날 수 없다. 멈추고, 지워내고, 더하고, 비워낸다. 창작한 시간이 나의 감각을 대변하기를 원했고, 자존의 근거가 되기를 바라지만 단순한 자기만족으로 느껴질 땐 작아진다. 시나브로 작아진 어느 새벽, 은밀히 이불을 찰 것 같았다. 메모장에 일기는 부끄럽게 여겨지는 순간 마음대로 지울 수 있어도, 칼럼에 올린 기록은 손을 떠나면 지워낼 수도 없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글을 쓰자 결정하게 된 것은 부지런히 예술가에 가까워지고 싶은 원초적 욕망이었다. 가게에 있는 시간이 작업을 다루는 시간보다 길어졌다. 전시장에 상주하고 직접 기획하는 자리에 뛰어들지 않았더니, 타인의 예술을 접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원하는 삶의 형태로 현실을 살살 달래 이상향에 가까워지려고 행동했다고 자부하는데도, 주머니 사정은 사계절 썰렁하기 그지없다. 예술 속에 입지와 좌표를 고정하긴 막막했다. 

이런 상황에서 칼럼 제안은 시의적절한 기회였다. 양질의 글을 쓰기 위해 보낼 미지의 일상이 작년보다 보람차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창작을 위해 소진한 시간이 나의 감각을 대변하기를 원했고, 자존의 근거가 되기를 바라지만 단순한 자기만족으로 느껴질 땐 작아진다. 의미로 남을 방법을 탐색하게 된다. 이 간절함은 노력이라는 절박함으로 치환된다. 신진작가, 초보 사장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사리라 믿는다.

예술 매체를 원체 좋아했지만 작가가 되기를 꿈꿔본 적은 없었다. 예술. 정해진 정답이 없는, 오히려 답을 찾으려 하면 세련된 맛을 잃는 것 같은 세계를 흠모하는 팬에 가까웠다. 팬심을 대놓고 드러내는 법도 없었다. 무릇 작가라 불릴 자리를 차지하려면 타고난 센스에 조예를 갖춘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 취미 삼아 그림을 공유하던 SNS를 통해 그림 얘기를 나누는 친구가 생겼다. 겁도 없이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고, 함께 전시장을 찾고, 얼결에 전시 기회도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없이 부러운 시간이다. 

내 무기는 일정 수준의 무식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당당함뿐이었다. 밤새 그림 이야기를 하고, 술잔을 기울이고, 낮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약간 창의적인 상태에 머무르게 도왔다. 분수를 가뿐히 뛰어넘는 시도를 더러 감행했다. 시간이 지나 나를 작가로 알고 만난 사람들이 대인관계의 주축을 이루게 됐다. 문화매거진에 처음 인사드리는 지금과 맥락이 닮았다. 앞으로 지금의 설렘을 간직하며 진솔한 문단을 써 보일 테니 툭, 가벼운 마음으로 단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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