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파월 정면충돌, 경제적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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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파월 정면충돌, 경제적 파장은?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13 09: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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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파산했는가?

트럼프와 파월간 전쟁의 후폭풍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는 집요하고 원색적이었다. 그는 이미 2025년부터 파월을 향해 '아주 멍청한 사람'이라거나 연준이 경제의 유일한 문제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연준은 감각 없는 골퍼와 같다며, 퍼팅도 못 하면서 점수를 내길 바란다고 조롱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언어적 공격의 이면에는 미 금리를 1%포인트 이상 급격히 낮춰 경제 성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파월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기조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갈등은 정책 토론의 장을 떠나 법정의 문턱까지 이르렀다.

 참다 못한 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은 올초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례 없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연준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파월은 이번 형사 조사가 우리가 대중에게 봉사하기 위해 최선의 판단을 내린 결과이지, 대통령의 선호에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이는 정치적 위협이나 협박에 의해 통화 정책이 좌우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 발언은 미 법무부가 연준 본부 건물의 개보수 비용 문제를 빌미로 파월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직후에 나왔다. 25억 달러(약 3조 6,250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 증액이 의회 기만과 관리 부실이라는 혐의로 둔갑해 중앙은행 수장의 목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미 법무부가 내세운 혐의는 파월이 2025년 6월 의회 증언에서 건물 개보수에 루프탑 가든이나 대리석 마감재 같은 사치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이 거짓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계자인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은 파월의 행위가 공직자로서 기대되는 표준에 미달하는 중대한 관리 부실이자 직무 유기라고 주장하며 해임의 법적 근거를 쌓았다. 연방준비법 제12조에 따르면 의장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는데, 트럼프 측은 예산 오용을 바로 그 사유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파월 측 변호인단과 독립성을 옹호하는 학자들은 이를 정책적 이견을 가리기 위한 위장된 구실이라고 반박하며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트럼프의 트윗으로 통화정책 결정?

미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 목소리 커

 트럼프 정부의 사법적 압박은 통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시장은 이제 연준의 결정을 경제 데이터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법무부의 수사 속도에 따라 점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이 정치에 굴복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즈 의장을 압박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게 했던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이 그 증거다. 토마스 드렉셀 메릴랜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닉슨 시대에 가해진 압박의 절반 정도만 재현돼도 현재의 미국의 물가 수준은 6개월 만에 8%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압박은 이미 금융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가계의 대출 부담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했다.

법치주의의 실종과 재정 주도성의 부상

트럼프 제2기 행정부는 파월뿐만 아니라 연준 이사회 전체를 재편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미 진보적 성향의 리사 쿡 이사를 타깃으로 삼아 과거 대출 과정의 부적절성을 제기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이는 연준을 트럼프 행정부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재정 주도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재정 주도성이란 정부의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방치하거나 낮은 금리를 유지하도록 강요받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2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요구하는 대규모 감세와 저금리의 조합은 경제를 스테그플레이션의 늪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026년 초, 연준의 독립성 상실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매도하고 안전 자산으로 도피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85%까지 치솟았으며, 금 가격은 온스당 3,485달러(약 505만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 시장에 제도적 위험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달러화는 유로와 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급락했고, 한 주 동안 미국 주식 펀드에서만 106억 달러(약 15조 3,700억 원)가 빠져나갔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파월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림자 의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차기 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해세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미리 지명해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을 행사하게 하려는 의도다. 케빈 해세트는 행정부의 뜻에 따라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지지해온 인물로, 그가 연준의 키를 잡을 경우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최우선 가치는 폐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앞서 스테판 미란 같은 극단적 비둘기파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연준 내부의 균열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한국 경제의 각자도생과 500조 원의 베팅

 미국의 통화 정책 대란은 태평양 건너 한국 경제에 거대한 해일로 다가왔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을 넘어 한때 1,480원까지 치솟으며 외환 위기 이후 최대의 변동성을 보였다.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압박과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 결합하자 한국의 금융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2025년 4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무시하고 한국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한 달 만에 27% 급감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3,500억 달러(약 507조 5,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내 조선업에 150억 달러(약 21조 7,500억 원)를 투자하고 에너지 구매를 대폭 늘리는 조건으로 관세를 15%로 낮추는 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는 경제적 비용이 막대하지만, 안보와 통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한국은행 또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이창용 총재는 응급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소집하고 외환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기관의 외화 부채에 부과되던 외화유동성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준비금에 대해 전례 없는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또한 수출 기업들이 설비 투자뿐만 아니라 원자재 구매나 급여 지급 등 운영 자금 용도로도 외화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가장 강력한 외환 규제 완화 조치로 평가받는다. 국민연금 역시 6,000억 달러(약 870조 원) 규모의 해외 자산 중 일부를 전략적으로 헤지하며 원화 가치 방어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되면서 생겨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균열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연준이 더 이상 전 세계의 경제적 닻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때,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가 겪어야 할 고통은 훨씬 길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트럼프와 파월의 전쟁은 단순히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이 아니라,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합리적 경제 질서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이제 세계 경제는 예측 불가능한 권력이 시장의 논리를 압도하는 암흑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 폭풍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응을 넘어, 공급망과 자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대전환이 절실하다.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서고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현상은 시장이 던지는 최후의 경고다. 파월 의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 5월 이후에도 이사직을 유지하며 트럼프의 연준 장악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미 상처 입은 제도의 권위가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광풍이 경제의 전문성을 집어삼킨 시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비싼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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