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높은 인지도에도 훼손 우려·정서적 거부감이 장벽
뇌사 오해 해소하고 기증자 예우 제도 홍보 강화 절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장기기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실제 기증 희망 등록으로 이어지는 실천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나눔에 대해 막연하게 긍정적 인식은 형성돼 있지만, 인체 훼손에 대한 두려움과 절차에 대한 정보 부족이 실제 행동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분석된다.
◇ 장기기증 인지도는 94.2%, 실제 등록은 14.6%에 그쳐
13일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2025년 장기·인체조직기증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장기기증 인지도는 94.2%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인지하고 있는 국민 중 실제로 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6%에 불과했다. 기증 의사가 있는데도 아직 등록하지 않은 비율이 42.1%에 달해 인식과 실천 사이의 간극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특히 피부나 뼈 등을 기증하는 인체조직기증의 경우 인지도가 45.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홍보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증 의사가 있음에도 등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서적 요인이었다. 응답자의 45.0%가 '인체 훼손 및 원형 유지에 대한 우려'를 꼽았으며, '막연한 두려움 및 거부감'이 38.0%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뇌사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정확히 인지하는 비율이 낮았으며, 오히려 뇌사 상태를 식물인간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오인지 비율이 34.8%에 달해 기증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MZ세대 "감성보다 이성적 수치에 움직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세대별로 선호하는 홍보 방식의 차이도 확연히 드러났다. 2030 젊은 층은 감성적인 호소보다는 '기증자 1명이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통계와 팩트 중심의 이성적 소구 방식(54.4%)에 더 큰 신뢰를 보였다. 반면 고연령층일수록 기증자의 사연을 담은 감성적 홍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는 향후 생명나눔 캠페인이 세대별로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기증 결심을 돕는 중요한 요소인 '기증자 예우 및 지원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11.6%로 매우 낮았다. 국민들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우로 '기증자 및 유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금'(57.0%)과 '사회적 추모 및 예우'(21.1%)를 꼽았다. 또한 이스라엘의 사례처럼 기증 희망 등록자에게 향후 본인이나 가족이 장기 이식이 필요할 때 우선권을 주는 제도에 대해 69.5%가 찬성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 제도 개선, '가족 고지'는 찬성하지만 '자동 기증'은 신중
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기증 희망 등록 사실을 가족에게 자동으로 알리는 서비스에는 72.6%가 찬성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본인이 거부하지 않으면 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 아웃(Opt-out)' 제도에 대해서는 찬성(30.1%)과 반대(27.3%)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도입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관계자는 "기증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 함께 기증자와 유가족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예우 체계를 강화해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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